태풍 ‘차바’가 한반도 남부지역을 강타한 지난 5일 저녁.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연합봉사단·단장 조현삼 목사) 사무국장인 이석진 목사는 울산 일대에 태풍 피해가 심각하다는 속보 뉴스를 접하던 중 ‘촉’이 왔다. ‘폭우가 저렇게 퍼부으면 일대 상가나 주택들은 거의 다 침수가 됐을 텐데….’
연합봉사단이 긴급구호팀을 꾸린 시각은 당일 밤 10시. 12명의 팀원들은 구호 트럭에 양수기 3대와 천막, 보온통 등 긴급구호에 필요한 각종 집기를 실어서 울산으로 향했다. 최대 피해 지역인 울산시 중구 태화종합시장에 도착한 시각은 이튿날 새벽 3시. 팀원들은 본격적인 구호활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연합봉사단이 국내 재해현장에 출동한 건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꼭 30개월 만이다.
태화종합시장 입구에 노란색 천막으로 캠프를 차린 연합봉사단은 숙련된 노하우로 생수와 우유, 컵라면, 즉석밥 등을 제공했다. 수재민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겐 요긴한 끼니가 되는 음식들이다. 이어 가져간 양수기를 침수된 점포와 주택에 배치해 물을 빼주고, 집게 트럭을 불러서 산더미 같은 쓰레기를 치우기도 했다.
이석진 목사는 10일 전화 통화에서 “처음 도착했을 당시 예상보다 침수 피해가 심했다”면서 “많은 주민들이 ‘어려울 때 교회가 도와주니까 좋다’는 인사를 건네주셔서 큰 격려가 됐다”고 전했다.
긴급구호사역을 마칠 때 즈음인 지난 8일. 교계 지원단체가 없는 상황에서 철수를 해야 할지 고민하던 시점에 든든한 지원군이 등장했다. 피해 현장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울산 대영교회(조운 목사)였다. 조운 목사는 “태풍 피해 이후 관할구청을 통해 수재민들을 위해 지원 물품을 보냈는데, 혹시 피해 현장에서 도울 일이 없는지 성도 150명과 함께 직접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대영교회와 연합봉사단은 이날 피해 상가와 가정집 등에 전자레인지 130여대를 전달했다. 연합봉사단의 봉사 캠프를 이어받은 대영교회 특별 수재복구팀은 울산 중구청 피해복구 종합상황실의 지시에 따라 피해 가구의 물빼기와 청소 등을 담당했다. 조 목사는 “오는 15일까지 성도들을 중심으로 자원봉사팀을 조직해 식사제공을 포함한 지원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라며 “아파하는 이웃들의 눈물을 닦아주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봉사단은 10일 오전 허리케인 ‘매튜’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카리브해의 아이티에 단장인 조현삼 목사를 포함해 6명의 긴급구호팀을 급파했다. 이석진 목사는 “아이티 현지에서는 가장 피해가 심한 제레미시로 들어갈 예정”이라며 “한국교회 이름으로 1차 구호금 5만 달러와 긴급구호 식량 트럭 3대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연합봉사단은 2010년 아이티 대지진 때도 긴급구호팀을 파견했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태풍 차바’ 피해 울산에 ‘기봉’이가 떴다
입력 2016-10-10 2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