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외 다른 결함?...손실보다 안전 신뢰 우선

입력 2016-10-11 00:00 수정 2016-10-11 00:38
1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내 삼성딜라이트에 갤럭시 노트7이 전시돼 있다. 삼성전자는 새로 교환한 갤럭시 노트7에도 발열·발화 현상이 생기자 이날 임시로 생산중단 조치를 취했다. 곽경근 선임기자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7 생산 잠정 중단을 결정한 것은 아직 발화 원인 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확산되는 상황을 그냥 방치해선 안 된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의 안전을 100%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급을 계속하면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생산을 일단 멈추는 게 소비자를 안심시킬 최선의 조치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사고 원인이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생산을 중단하는 건 기업에 큰 부담이다. 스스로 과실을 인정하는 듯한 인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삼성전자는 기업의 손실과 이미지 훼손 우려보다는 소비자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선제적 조치를 택한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10일 “미국 소비자안전위원회(CPSC)의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위기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불필요한 위기를 키우지 않겠다는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삼성전자로선 이전과 똑같이 배터리 문제에서 신고가 잇따르는 게 뼈아프다. 삼성전자는 처음 배터리 발화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삼성SDI가 생산한 배터리 일부에 문제가 있었다며 중국 ATL의 배터리로 교환해 리콜을 진행했다. 소비자들과 여론도 삼성전자의 발 빠른 리콜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하자 배터리가 아닌 다른 부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설계 자체에 오류가 있거나 전력제어칩(PMIS)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열을 제어하지 못하는 문제일 수도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충돌로 인한 오류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트7은 전작인 노트5(3000㎃h)에 비해 늘어난 3500㎃h 배터리를 탑재했다. 배터리 용량은 늘었지만 전체적인 크기는 노트5보다 작아졌고 무게도 2g 줄었다. 더 작은 크기에 더 큰 배터리 용량을 넣는 과정에서 구조적으로 충격에 취약해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업계의 다른 관계자는 “외부 충격이 원인이라고 해도 노트7 발화 사고는 단일 스마트폰으로는 발생 빈도가 높은 편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소비자 입장에선 외부 충격에 의한 발화도 불안감을 느끼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도 자체적으로 원인 분석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원인 규명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IT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안에 워낙 많은 부품이 들어가다 보니 특정 부품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복합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노트7 생산 중단으로 삼성전자는 신뢰도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리콜을 진행하면서 “교환한 제품에는 절대 문제가 없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한 번의 실수는 용납되지만 두 번째는 실패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노트7을 구입한 소비자 90% 이상이 리콜에 참여해 새로운 노트7을 기다렸다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서 충성 고객이 이탈할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