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연인·질투의 화신·구르미 그린 달빛… 안방극장 ‘서브 남주’ 전성시대

입력 2016-10-11 18:44 수정 2016-10-11 21:27

언젠가부터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남자 조연 배우를 ‘서브 남주’(서브 남자주인공의 약칭)라고 부른다. 극중 삼각관계의 한 축으로서 남자 주인공 다음으로 비중이 높기 때문에 버금간다는 뜻의 ‘서브(sub)’를 붙여 만든 신조어다.

최근 드라마에서 가장 인기있는 서브 남주로는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의 강하늘, SBS ‘질투의 화신’의 고경표, KBS 2TV ‘구르미 그린 달빛’의 진영이 대표적이다.

‘달의 연인’에서 고려 태조 왕건의 8황자 왕욱을 연기하는 강하늘은 해수(이지은)를 놓고 4황자 왕요(이준기)와 대립하고 있다. 왕욱은 드라마 초반에는 지적이고 부드러운 이미지였지만 해수때문에 황위에 욕심내면서 점점 악역으로 바뀌는 중이다. 이미 드라마 ‘미생’, 영화 ‘스물’ ‘순수의 시대’ ‘동주’ 등 다양한 작품을 소화했던 강하늘은 이번에도 섬세한 연기력과 강렬한 존재감을 동시에 뽐내고 있다. 덕분에 해수-왕요 커플보다 해수-왕욱 커플을 응원하는 팬들도 많다. 지금같은 여성 팬들의 지지라면 차기 드라마에선 주인공을 맡아도 손색이 없어보인다.

고경표는 ‘질투의 화신’에서 세련된 스타일과 친절한 매너를 겸비한 재벌 3세 고정원 역으로 열연 중이다. 그는 표나리(공효진)가 어려울 때마다 돕다가 공식연인이 됐지만 삼각관계에 빠져들고 말았다. 격렬한 질투심으로 친구 이화신(조정석)과 싸움까지 벌이는 그의 모습은 여성 팬들을 설레게 만들었다. 고경표가 캐스팅 됐을 때만해도 다소 어린 이미지 때문에 우려를 샀다. 그러나 그는 묵직한 저음으로 대사를 소화하는 등 안정적인 연기력과 원숙한 분위기로 캐릭터를 확실히 살리고 있다.

아이돌그룹 B1A4 출신 진영은 생애 첫 사극인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김윤성 역을 맡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조선 최고 명문가 자제인 김윤성은 세자 이영(박보검)에게도 밀리지 않을 권세를 누리고 있지만 사랑하는 여자 홍라온(김유정) 앞에서는 애절한 순정남이 되고 만다. 여자들이 꿈꾸는 남자에 대한 로망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캐릭터다. 요즘 박보검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긴 하지만 배우로서 진영의 발견은 이 드라마가 거둔 수확 가운데 하나다. 진영은 연기 경험이 많지 않은데도 예상을 뛰어넘는 안정된 연기력을 보여주며 연기돌로 급부상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요즘 시청자들은 주인공에게만 재미를 느끼기보다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역할을 연기하는 배우를 좋아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멜로드라마에서는 서브 남주가 거기에 해당한다”면서 “다만 배우들은 서브 남주라는 용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주인공을 받쳐준다는 부정적 의미가 다소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