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연일 개헌을 언급하며 관련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다. 반면 청와대는 “지금은 개헌 논의를 할 때가 아니라는 게 분명한 방침”이라고 일축했다. 정 원내대표의 발언이 청와대와의 교감 없이 나온 것이라는 뜻이다. 집권여당의 원내사령탑과 청와대 간 엇박자로 당청 관계의 불편한 기류도 읽힌다.
정 원내대표는 10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입법기관인 의원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개헌 논의를 하겠다는데 그것을 인위적으로 저지하거나 막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장이나 야당이 개헌특위를 오래전부터 얘기해 왔는데 논의에 나서겠다고 하면 그 자체를 계속 거부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도 관련 언급을 했었다.
정 원내대표는 또 사견임을 전제로 “권력 분립과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독일식 (의원)내각제가 가장 바람직하다”며 구체적인 권력구조 개편 방안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개헌 논의의 핵심은 권력구조로, 거기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다만 “(개헌 논의를 위한) 범국민적 틀이 마련돼야 한다”며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정기국회의 가장 중요한 일이고 현안 처리가 어느 정도 완료된 후 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김재원 정무수석은 “당에서 개헌을 이야기하는 분들은 청와대와 상관없는 개인적 주장”이라며 “당에서 자꾸 ‘청와대에 개헌 의견을 전달했다’는 등의 말이 나와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누리당에서 자꾸 개헌 문제를 제기하면 당분간 개헌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는 게 필요한지 검토 중”이라고 했다.
대외 여건과 국내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고 북핵 등 안보 이슈가 위급한 상황인 만큼 개헌 논의로 국정 동력을 상실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새누리당에 분명히 전달한 것이다.
청와대가 반대 입장을 공식 표명한 만큼 개헌특위 구성 논의도 당분간 탄력받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정 원내대표가 여야 협상 과정에서 개헌특위 구성에 전향적인 입장을 보일 경우 개헌은 성사 여부를 떠나 ‘굴러가는 사안’이 될 소지도 있다. 김무성 전 대표 등 몇몇 비주류 여권 잠룡들도 이미 개헌 필요성에 동의했다. 당 일각에서 “정 원내대표가 개헌 논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맡으며 존재감을 키우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정진석 ‘개헌론’ 불지피는데… 靑은 반대 공식표명
입력 2016-10-11 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