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말 안듣는 홍콩 대신 마카오 밀어준다

입력 2016-10-11 00:00
리커창 중국 총리(오른쪽)가 9일 베이징에서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와 만나 활짝 웃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와 유럽연합(EU)과의 연계 강화 차원에서 포르투갈과의 협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신화뉴시스


리커창 중국 총리가 10일 취임 후 첫 마카오 방문에 나섰다. 침체된 마카오 경제를 위해 다양한 선물 보따리를 풀 것으로 기대된다. 마카오의 경제적 혜택을 부각시키면서 반중(反中) 민주화운동이 벌어지는 홍콩을 견제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렸다.

12일까지 이어지는 마카오 방문에서 리 총리는 페르난도 추이 마카오 행정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각계 인사들과 면담도 진행한다. 리 총리의 마카오 방문은 중국 총리로는 2010년 11월 원자바오 전 총리 방문 이후 6년 만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마카오 주권 반환 15주년을 맞아 2014년 12월 마카오를 방문했다.

리 총리의 핵심 일정은 11일 마카오에서 열리는 중국·포르투갈 경제무역협력포럼이다. 포럼에는 안토니우 코스타 포르투갈 총리를 비롯해 같은 언어권인 브라질 및 아프리카의 앙골라와 모잠비크 대표도 참석한다.

중국은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와 유럽연합(EU)과의 협력 필요성을 배경으로 포르투갈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마카오 방문에 앞서 코스타 총리는 지난 8일 베이징을 찾아 시 주석과 회담을 갖고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리 총리는 지난달 미국 캐나다 쿠바 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포르투갈령 테르세이라섬을 찾아 포르투갈 총리 특별대표와 면담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과시했다.

포르투갈의 식민지였던 마카오는 리 총리 방문을 계기로 중국·포르투갈 경제협력의 핵심적 위상을 차지하려 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기축통화로 발돋움하는 위안화의 청산결제은행을 마카오에 설립하겠다고 약속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불황에 시달리는 마카오 경제활성화 지원책도 공개할 전망이다. 마카오의 국내총생산(GDP)은 2014년 3분기부터 8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마카오 GDP는 전년 대비 20.3% 감소했다. 핵심 산업인 카지노가 중국의 부패척결 조치와 경기둔화 영향으로 직격탄을 맞은 결과다.

다행히 마카오의 카지노 수입은 2014년 6월 이후 지난 7월까지 26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다 지난 8월 1.1% 성장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중국 관광객의 발길이 뜸해진 홍콩과 달리 마카오는 최근 부유층이 아닌 중국 중산층 관광객 유치에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한편 리 총리 방문에 맞춰 마카오는 경계 강화에 만전을 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명보는 최근 푸정화 공안부 부부장을 조장으로 하는 보안소조가 지난 2일 마카오에 미리 도착해 현장점검에 나섰다고 전했다. 국경절 연휴를 앞둔 지난달 30일 폭발물 설치 허위신고와 폭탄 오인 신고가 잇따랐다. 리 총리의 방문에 맞춘 사회단체나 홍콩의 원정시위 우려도 높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