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는 프로야구에서 전통적인 인기 구단이다. ‘엘롯기’(LG·롯데·KIA)라는 별칭으로 묶여 충성도 높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다. LG는 프로야구 역대 구단 중 최다인 11시즌 100만 관중 돌파 팀이다. KIA는 올 시즌 원정 관중 동원이 한화 이글스에 이어 2위다. KIA 양현종은 “잠실은 전광판만 LG것 일뿐 나머지는 다 우리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성적은 인기를 따라가지 못했다. LG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11년 연속 포스트시즌 좌절 팀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KIA는 해태시절 숱한 한국시리즈 우승의 영광을 뒤로한 채 쇠락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두 팀은 하위권을 전전할 것이란 평가가 많았다. LG는 주전들이 노쇠화 했다. 뒷문도 부실했다. KIA는 포수와 2루수, 유격수, 중견수 등 센터 라인이 약했다. 방망이도 신통치 않았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여니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나란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10일부터 잠실구장에선 LG와 KIA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열렸다. 두 팀이 가을야구에서 만난 건 2002년 이후 무려 14년 만이다.
두 팀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바로 리빌딩이 성공한 것이다. LG 양상문 감독은 올 시즌 개막전 라인업을 파격적으로 짰다. 지난해 개막전 라인업에 들어간 선수 중 무려 8명을 바꾸었다. 대부분 신인급 선수를 기용했다. 결국 LG는 전반기 36승 1무 50패를 거두며 8위로 마쳤다. 승패 차이가 무려 -14였다. 때문에 양 감독은 시즌 중반 사퇴 압력을 심하게 받았다. 일부 팬들은 외야에 양 감독 사퇴를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펼치기도 했다.
KIA 김기태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신인급 선수들에게 꾸준히 기회를 줬다. 김 감독도 승부처에서 신인급 선수들을 대거 기용했다. 패배했을 때 경기 운용을 두고 많은 팬들로부터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KIA도 전반기를 6위(38승 1무 44패)로 마쳤다.
하지만 리빌딩은 멈추지 않았다. LG 양 감독은 이병규, 봉중근, 정상호 등 고참급 선수들의 출전을 최대한 배제시켰다. 대신 주전포수로 유강남, 불펜과 마무리는 김지용과 임정우, 우익수로는 채은성을 계속 선발로 내보냈다. 문선재, 이형종, 이천웅 등도 중용했다.
KIA 김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유격수에 강한울과 박찬호를 계속 번갈아 썼다. 김주형도 2루에서 계속 시험했다. 마운드에도 홍건희와 김윤동 등 신진 선수들을 고집스럽게 내보냈다.
그러자 젊은 선수들이 응답하기 시작했다. LG는 후반기에만 36승 2무 25패로 두산에 이어 승률 2위에 올랐다. 가을야구 좌절 위기에서 단숨에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KIA도 후반에 32승 29패로 5할 이상 승률을 거두며 5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양팀의 리빌딩에선 무엇보다도 어려운 환경 속에서 야구를 시작한 ‘흙수저’ 선수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LG 새 클린업트리오의 한 축인 채은성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해 신고선수로 프로에 발을 디뎠다. 2009년에 입단했지만 정식선수가 되기까지 무려 5년이 걸렸다. 하지만 올해 드디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채은성은 올 시즌 데뷔 첫 규정타석을 채우며 3할 타율(0.313) 81타점을 올렸다. 지난해까지 주전 우익수였던 이진영(kt)보다 성적이 더 좋다. 이진영이 LG 시절 기록한 한 시즌 최다타점은 2009년 69타점이었다.
KIA에선 중견수 김호령이 있다. 김호령은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0라운드 전체 102순위, 꼴찌로 KIA에 지명됐다. 김호령은 특출한 수비능력으로 김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다만 수비에선 최정상급이었지만 타격은 별로였다. 하지만 올 시즌 꾸준히 출장하며 타격에도 눈을 떴다. 빠른발까지 더해져 타격의 첨병인 1번타자가 됐다. 올 시즌 타율 0.267, 도루 19개를 기록했다. 이들은 아픈 과거를 뒤로하고 이제 각 팀의 미래를 책임지는 선수가 됐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흙수저’들의 반란… LG 채은성·KIA 김호령 등 맹활약
입력 2016-10-10 1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