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지난달 23일 제휴 언론사 관계자들을 소집했다. 14년 만에 갖는 미디어커넥트데이라고 했다. 세월의 간극에서 만감이 교차했지만 “그래도 뭔가 있겠지” 하는 기대를 갖고 참석했다.
첫 순서로 미디어통계시스템 구축이란 선물(?)을 내놓았다. 언론사들이 네이버뉴스에 노출되는 기사들의 조회수 데이터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만시지탄이지만 반가웠다.
믿기지 않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언론사는 뉴스의 저작권자이면서도 조회수 정보를 전혀 알 길이 없었다. 그러니 뉴스의 이용자와 소비 패턴, 반응 등을 모른 채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으로 공급자 중심 뉴스를 네이버에 제공할 수밖에 없었다.
온라인 독자들이 어떤 기사를 가장 많이 봤고, 성별·연령별 주요 독자는 누구이고, 언제 어떻게 기사를 보고 있는지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언론사마다 특정 시간대에 특화된 콘텐츠로 특정 독자들을 겨냥한 차별화가 가능해진다. 독자들의 선택지가 다양해진다. 적어도 이론상 그렇다.
조회수 공개 결정은 지난 3월 시행한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제재(이하 포털의 제재) 효과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 6개월간 동일 URL기사 전면 수정(100%), 중복·반복기사 전송(90%), 추천 검색어 또는 특정키워드 남용(90%), 관련뉴스·실시간뉴스 영역 남용(80%), 선정적 기사 및 광고(70%) 등이 크게 줄었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수백개 언론사를 단숨에 제압할 만큼 포털은 가공할 위력을 가졌다. 그러니 강제적인 ‘클린’을 실현한 답례로 네이버가 언론사들의 숙원 중 하나인 조회수 공개안을 내놓은 모양새다. 이어 기자별 뉴스와 스토리뉴스 활성화, 크라우드펀딩, 채팅 플랫폼, 판매 플랫폼, 열린편집채널관 등 기존 서비스 확대 또는 신규 서비스 도입안을 줄줄이 내놨다.
네이버 측은 “뉴스 유통 플랫폼의 역할을 잘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언론사 관계자들의 반응은 “So What(그래서 어쩌라고)?”이었다. 개별 언론사들은 앞으로 사이트가 필요 없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신규 서비스들은 네이버의 ‘가두리’ 안으로 들어오라는 것이다.
조회수 공개만 하더라도 현장에서 얼마나 실효적일지 의문이다. 하루 평균 네이버에 쏟아지는 기사 건수(평일 3만건, 휴일 2만건)를 감안할 때 통계적 의미를 갖는 언론사별 기사 건수는 별로 많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타 언론사와 비교할 관련 조회수 통계도 함께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진 까닭이다. 조회수 공개 자체가 온라인 시대 언론사들에 지상과제로 떠오른 수익과 연결되는 대안은 더더욱 아니다.
언론사들은 양대 포털의 제재에 따른 ‘조회수 하락→수익 감소’를 만회하는 상생 방안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웹보다 더 커진 모바일에서 네이버가 아웃링크(클릭 시 해당 언론사 페이지로 이동) 확대를 외면하고 있는 것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조회수 통계가 정확히 잡히는 만큼 포털이 제휴 언론사에 지급하는 정보제공료 역시 불공정 거래를 시정할 필요도 있다.
포털의 제재가 전통저널리즘의 가치와 관행까지 부정하거나 위협하는 것도 곤란하다. 관련기사·실시간뉴스 영역 남용을 규제한다면서 종이신문이 발품 들인 기획시리즈나 이슈관련기사 ‘묶음’을 부정행위로 낙인찍고 있다. 이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이자 독자들의 기사선택권과 볼권리를 제한하는 일이다.
셀프 규제안은 이번에도 없었다. 포털의 정치·사회적 문제가 모두 언론 탓이었단 말인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면서 따라오라고 강제하는 격이다. 정재호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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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을새김-정재호] 네이버가 언론사를 호출한 까닭
입력 2016-10-10 1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