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간 이어진 이란 테헤란 ‘아자디 징크스’ 슈틸리케호 이번엔 반드시 깬다

입력 2016-10-10 18:22 수정 2016-10-11 00:56

여자는 찾아볼 수 없다. 남자들뿐이다. 아드레날린이 넘치는 10만여 명의 남자가 지르는 함성은 기괴스럽기까지 하다. 아무리 강심장이라해도 떨리기 마련이다. 해발 1200m의 고지대라 숨이 금세 찬다. ‘원정팀의 무덤’으로 통하는 이란 수도 테헤란의 아자디스타디움(사진) 얘기다. 한국은 이란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4차전(한국시간 11일 오후 11시 45분)을 치르기 위해 다시 이 곳을 찾는다. 42년 동안 한국이 여기서 거둔 성적은 2무4패였다. 태극전사들은 이번만큼은 ‘아자디 징크스’를 반드시 깨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아자디는 페르시아어로 자유를 뜻한다. 이 경기장은 1971년 준공해 1974년 서아시아 최초 아시안게임을 치른 곳이다. 처음엔 12만석이었다 내부 개조공사를 하면서 10만 석으로 줄였다. 지난해엔 개인석을 설치하는 등 리모델링을 해서 다시 8만석으로 축소시켰다. 이란에서는 모든 축구장에 여성 출입이 금지된다.

이란 축구팬의 광적인 응원으로 선수들은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없다. 소음뿐 아니라 레이저빔 공격, 물병투척에도 시달려야 한다. 아자디스타디움에서 뛰어본 염기훈(33·수원 삼성)은 “관중 함성 때문에 경기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선제골을 허용하면 경기를 풀어 나기기 어려운 곳이다. 반대로 우리가 선제골을 넣으면 이란은 침대축구를 할 수 없어서 경기를 쉽게 풀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0년 월드컵이 열린 남아공도 고지대였지만, 당시엔 대표팀이 적응 훈련을 해서 힘든 줄 몰랐다. 하지만 이란전은 고지대 적응훈련이 없어서 더 힘이 든다”고도 했다.

한국의 아자디 징크스는 1974년 9월 11일 시작됐다. 테헤란아시안게임 본선에서 0대 2로 패했다. 1977년 11월 11일 아르헨티나월드컵 최종예선에서 2대 2로 비겼고, 2006년 11월 15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예선에선 0대 2로 졌다. 2009년 2월 11일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에선 1대 1 무승부였다. 2012년 10월 16일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과 2014년 11월 18일 친선경기에선 나란히 0대 1로 무릎을 꿇었다.

이란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한국뿐 아니라 다른 팀에게도 강한 면모를 보였다. 러시아월드컵 2차예선(6승2무) 홈경기에서 전승했다. 카타르와의 최종예선 1차전 홈경기에서도 2대 0으로 이겼다.

한국은 최근 3경기에서 모두 0대 1로 패했다. 이란의 골은 후반 10분부터 40분 사이에 나왔다. 한국은 체력이 떨어지는 후반 수비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현지 훈련에서 수비에 방점을 뒀다. 세트피스 상황을 연출해 수비 조직력을 가다듬었고, 1대 1 대인마크 훈련에 연습에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축구는 이제 경기장 같은 ‘외부환경’ 탓을 할 단계를 지났다. 준비한 대로 보여줘야 한다. 손흥민(24·토트넘 홋스퍼)은 “늘 좋은 경기를 펼쳤지만, 골 운이 없어서 졌다. 잘 준비해서 꼭 이란을 상대로 골을 넣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