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채필] 사회 근간 위협하는 자살

입력 2016-10-10 18:26

장기불황에 따른 생활고, 청년실업난, 이혼율 증가에 따른 가정 해체, 학교 안팎의 폭력, 독거노인 자살 증가…. 현재 우리가 안고 있는 사회문제들이다.

이런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하루 평균 38명(2014년 기준)이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무섭고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해에도 추석과 설 등 명절을 전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이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박탈감과 외로움을 더 많이 느끼는 때인데, 주위의 따뜻한 관심과 여유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20, 30대 남자 연령층에서만 모두 2291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전해보다 증가된 것으로 불황에 따른 취업난과 함께 무기력, 무가치, 역할 상실 등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0년 넘게 1위라는 불명예도 안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2013년도까지 10대 사망원인 1위가 바로 자살이었다는 점이다. 그들이 진로, 성적, 학교폭력, 정체성 혼란, 또래관계, 가정불화, 신체 열등감 등의 문제로 얼마나 힘들어하는지를 우리 사회는 알아야 한다. 전체 자살자 비율은 10만명당 29.1명으로 OECD 평균 12명의 두 배가 훨씬 넘는다.

절망감, 무기력, 무가치, 우울증, 상실감, 분노, 열등감, 결핍, 질병, 역할 상실, 경제적 어려움….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이러한 감정들이 가득하지 않을까 한다. 이런 감정들은 남녀노소, 학력, 환경조건 등과 무관하다. 누구에게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어느 정도 원인은 자기 자신이 초래한 것이라고도 생각된다. 그래서 자기 스스로 희망, 즐거움, 행복, 나눔, 정상 역할, 쓸모 있는 인간 등의 가치로 무장한다면 부정적 선택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으리라 본다. 나아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탈무드에서도 ‘천하보다도 귀한 것이 인간의 생명’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인간의 생명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 따라서 태어난 모든 생명은 스스로 목숨을 포기할 어떤 권리도 없다.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두 가지 핵심 요소가 있다. 첫째, 자기 스스로에 대한 소중함과 타인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다. 이 두가지만 있으면 자살은 얼마든지 예방될 수 있다. 이는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환경 조건에서도 자존감을 회복시킬 수 있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새로 인식하게끔 할 수 있다. 이런 인식이 확대되면 자살 징후를 보이는 사람에게 먼저 도움을 줄 수 있는 등 사회적인 자살예방 안전망이 만들어질 수 있다.

둘째, 전문인력 및 자살 예방 관련 시설이 확충돼야 하며 예방프로그램 개발 같은 국가 차원의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에 이런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고 지적한다. 유명 인사들의 자살 또는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살 유형에 대해서 언론보도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를 예방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집단 자살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은 정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3일 전남 광양시 한 펜션에서 연탄불을 피워 놓고 20, 30대 4명이 숨졌다. 지난 한 달 새 이같은 ‘동반자살’이 3건이나 발생, 12명이 사망했다. 정부나 관련 기관·단체가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자살 예방 관련법을 실효성 있게 정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자살을 예방하고 줄이기 위해서는 스스로의 자존감 회복과 이웃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야 한다. 나아가 사회 전체가 지속적으로 안전망을 공고히 해나가야 한다.

박채필 한국자살예방센터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