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즐기고 나누자.’ 지난 8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야외무대에서 개막한 ‘문학주간 2016’의 주제다. 골방의 고독한 장르로 여겨져온 문학을 밖으로 끌어내 여럿이 함께 즐기는 축제로 구성한 행사다.
방송인 노홍철의 사회로 진행된 개막행사에서는 낭송이 개막선언을 대신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박명진 위원장은 “생애 처음으로 이런 자리에서 시를 낭송해 본다”며 김종삼 시인의 작품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를 읽었다. 소설가 오정희(문화예술위 위원)씨는 본인의 소설 ‘새’의 일부 귀절을, 박영국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은 정호승 시인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시를 들려줬다.
이날 개막식은 고스란히 문학 행사였다. 기타리스트 함춘호의 연주를 배경으로 시인 문정희, 송찬호, 박준의 낭송회가 진행됐다. 윤동주창작음악제 대상팀들의 축하 공연, 윤동주 시인의 삶을 그린 영화 ‘동주’ 상영회도 이어졌다.
문화예술위가 올해 처음 시작하는 문학주간 행사는 서울 대학로를 비롯해 전국의 문학관과 도서관, 서점, 학교 등 70여곳에서 작가와의 만남, 낭독회, 콘서트, 공개방송, 워크숍 등 200여개의 문학행사를 펼친다. 국내 최대 규모의 문학축제인 셈이다.
문학주간 기간에 마로니에공원에서는 ‘열린문학도서관’이 개설돼 누구나 들러 문학 책을 읽을 수 있다. 주말을 낀 8∼10일 대학로 이음센터 야외무대에서는 문학서적을 전문으로 다루는 청색종이, 다시서점, 고요서사, 미스터리유니온 등 동네책방 7곳이 모여 책을 전시, 판매하는 ‘문학 플리마켓’이 열렸다.
또 전국의 23개 지역 문학관에서는 낭독회 및 작가와의 만남 행사가 개최되고, 수도권 20여개 중고등학교에서는 ‘찾아가는 시인 특강’이 진행된다. 12일 오후 7시30분 서울 종로구 청운문학도서관에서는 김중혁, 김연수 등 인기 소설가 7인이 참여해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돌아온 소설리스트 문학주간 특집’이 예정돼 있다.
일반 시민들과 청소년들에게 문학의 즐거움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춘 축제이긴 하지만 문예지 포럼 ‘지금 다시, 문예지’(14일·예술가의집), 이청준 문학심포지엄(14일·연세대 문과대학) 등 학술적인 성격의 행사도 마련됐다.
박명진 위원장은 “문학주간은 국민 모두 문학을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고 나눌 수 있는 문학 페스티벌”이라고 소개하고, “올해 행사를 시범으로 앞으로는 더욱 많은 지역문학관, 도서관, 문학 유관단체, 서점, 재단 등 전국의 다양한 외부 기관들과의 협력을 확대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사진=최종학 기자
가을이 그리워… 문학, 門 밖으로 나오다
입력 2016-10-10 1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