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년 만에… 정조대왕 납시오!

입력 2016-10-09 21:12
수원화성방문의 해 기념 ‘2016 정조대왕 능행차 공동 재현’ 행사가 열린 9일 전통 복장을 한 참가자들이 경기도 수원시 장안문 일대를 지나고 있다. 왼쪽 작은 사진은 조선 정조대왕으로 분장한 모습. 뉴시스

“221년 만에 펼쳐진 정조대왕 능행차 전 구간을 실제로 보니 장관이네요.”

조선 22대 임금 정조가 아버지 세도세자의 묘를 참배하기 위해 창덕궁에서 수원행궁까지 46㎞를 다녀왔던 대규모 왕실 행렬이 8일과 9일 이틀간 서울과 수원 일대에서 성황리에 재현됐다.

정조가 1795년 어머니 혜경궁 홍씨와 함께 수원화성까지 갔던 ‘을묘년화성원행’을 221년 만에 그대로 펼쳐놓은 것이다. 정조대왕 능행차는 수원시가 1996년부터 매년 10월 수원화성문화제 기간에 재현해 왔고 서울시도 2007년 창덕궁에서 노들섬까지 구간을 재현한 적이 있지만 전 구간을 재현하는 것은 221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 행사에는 인원 2281명, 말 430필이 동원됐다.

시민운동으로 인연이 깊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염태영 수원시장이 의기투합해 전 구간 능행차 재현이 성사됐다. 창덕궁∼배다리∼보라매공원 구간은 서울시가, 보라매공원∼시흥행궁 구간은 금천구가, 시흥행궁∼화성행궁까지 경기도 구간은 수원시가 주관해 릴레이 방식으로 진행됐다. 의상은 의궤대로 복원해 방송사 사극 촬영 때 입던 옷으로 예산은 서울시가 13억원, 수원시가 18억원을 각각 투입했다.

행차 재현은 8일 오전 8시30분 창덕궁 앞에서 시작됐다. 능행차 안전과 무사 복귀를 비는 출궁 의식으로 막이 올랐다. 우의정 채제공이 무리를 이끌고, 가마를 탄 혜경궁 홍씨가 뒤를 따랐다. 그 뒤에 말을 탄 정조와 여동생인 청연·청선 공주가 섰다. 지난달 공모를 통해 선발된 배우 이광기씨(강북 구간)와 배우 한범희씨(강남 구간)가 정조 역을 나눠 맡았다.

딸들에게 역사의 한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창덕궁 행사를 찾았다는 이귀희(43)씨는 “221년 만에 펼쳐진 재현 행사를 보니 정조대왕의 효심을 마음속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틀째는 9일 오전 9시 금천구청에서 출발하면서 시작됐다. 1번 국도를 따라 이동하는 구간마다 의궤 복원 프로그램과 공연 등 다양한 볼거리가 제공됐다.

정상훈 서울시 역사문화재과장은 “서울시와 수원시, 금천구가 공동으로 재현한 ‘정조대왕 능행차’가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대표 퍼레이드 축제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라동철 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