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허리케인 ‘매튜’가 카리브해의 최빈국 아이티에 새긴 상처는 좀처럼 아물기 힘들어 보인다. 사망자 900명, 이재민 6만명이 발생한 데 이어 콜레라마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카리브해를 거쳐 미국 남동부 연안을 덮친 매튜는 14명의 목숨을 더 앗아간 뒤 9일(현지시간) 대서양 해상에서 잦아들었다.
아이티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지난 4일 아이티에 상륙한 매튜는 전 국토를 초토화시켰다. 시속 233㎞의 강풍에 건물은 속수무책이었다. 시간당 640㎜에 이르는 폭우로 곳곳이 물에 잠겼다. 특히 직격탄을 맞은 서부 지역은 전기와 수도가 끊겼다. 식량 사정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현재까지 최소 877명이 숨졌다.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시신이 추가 발견되고 있어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이재민도 6만명을 넘어섰다. 교통과 통신이 단절된 곳이 많아 전체적인 피해 집계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엔은 매튜의 여파로 최소 100만명이 타격을 입었고, 이 가운데 3분의 1이 인도적 지원이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라고 발표했다.
아이티 당국이 대책 마련에 실패하면서 피해를 더 키웠다. 아이티는 지난해 10월 부정선거 논란 이후 대통령을 선출하지 못하고 있다. 임시 대통령이 있지만 대형 재난을 수습하기엔 역부족이다. 2010년 22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대지진 여파도 있다. 지진 이후 텐트와 오두막 등 임시 거처에 거주하고 있는 5만5000명이 아무런 보호막 없이 매튜에 노출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콜레라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아이티에서 콜레라로 최소 13명이 숨졌다. 60여명이 콜레라 증세를 보이고 있어 사망자가 늘 것으로 보인다. 수자원이 오염되고 위생시설이 파괴된 데다 의료 환경도 열악한 상황에서 콜레라의 대규모 창궐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10년 대지진 당시 80만명이 콜레라에 감염돼 1만명이 숨졌다.
국제사회는 긴급구호에 나섰다. 미국이 물자를 실은 상륙함을 급파했다. 유엔 중앙긴급구호기금(CERF)은 500만 달러(약 56억원)를 지원키로 했다. 유엔과 국제구호단체가 식수와 식량을 확보하는 한편 임시 대피소를 건설하며 사태 수습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복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이티에 최악의 재앙을 남기고 북상한 매튜는 미국 남동부 연안을 휩쓸고 지나가며 최소 14명의 사망자를 냈다. 사상 최악의 허리케인이 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예상보다 피해가 적었다.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대피령을 내리는 등 주 정부와 연방 정부가 신속하게 대처했고, 상륙이 지연되면서 풍속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9일 현재 노스캐롤라이나에서 7명, 플로리다주 4명, 조지아주에서 3명이 사망했다. 사망자는 많지 않았지만 기록적인 폭우와 홍수로 약 220만 가구와 기업에 전기 공급이 끊겼다. 통계회사 코어로직에 따르면 매튜로 인한 피해는 40억∼60억 달러(약 4조4600억∼6조6900억원)로 추산된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당시 피해액(400억 달러)의 10분의 1 수준이다.
AP통신은 매튜가 대서양에서 서서히 소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다시 플로리다주나 바하마 제도로 유턴을 하더라도 위력을 잃어 큰 피해를 주진 않을 전망이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허리케인 사망 900명 육박… ‘無정부’ 아이티의 비극
입력 2016-10-10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