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대선주자들의 ‘경제 프레임 전쟁’이 막을 올렸다. 지난 대선과 20대 총선에서 최대 이슈였던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경제민주화’에 이어 문재인 전 대표가 ‘경제 교체’를 내걸고 나섰다. 같은 당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대선 노선이 상이한 점을 감안하면 문 전 대표가 ‘경제 마이웨이’를 선언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각론에서는 방법론과 실현 가능성을 두고 찍히는 물음표도 적지 않다. 특히 김 전 대표가 연말 ‘개헌 조건부 지지’를 통해 타 세력과 연대할 경우 야권 내 경제 프레임 전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민주화냐 교체냐…프레임 논쟁
문 전 대표가 지난 6일 싱크탱크 출범 준비 심포지엄에서 밝힌 슬로건은 ‘경제 교체’와 ‘국민 성장’이다. 싱크탱크 핵심 관계자는 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두 개념은 누가 위라고 할 수 없는 상호 보완적 관계”라며 “지난 50여년간 활용했던 국가·재벌 주도의 경제 성장 틀이 한계에 달했다. 새 출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면에는 경제민주화를 대신할 경제 프레임 고민이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통화에서 “국민이 경제민주화를 ‘성장이 아닌 분배’라는 식으로 오해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또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도왔던 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경제 분야에 국한된 의미를 주는 것도 고민스러웠다고 한다. 그래서 정치·안보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패러다임 시프트’(인식의 전환) 필요성을 느꼈다고 부연했다.
문 전 대표 측은 경제민주화를 이어받은 개념으로 설명했지만 김 전 대표는 매우 부정적이다. 김 전 대표는 통화에서 “경제가 정상화돼야 사회에 영향을 끼치는 거지, 사회적 변화를 이끌겠다는 말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이런 발표를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나. 구체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더민주의 대선 주자라면 이를테면 총선에서 공약을 하고, 실현 방안을 국민에게 밝히는 수순으로 가야 한다”며 “심포지엄에서 밝혔던 내용은 대부분 당에서 이미 법안을 발의해 추진하는 것들”이라고 덧붙였다. 경제 교체 프레임을 실현 가능성이 없는 정치 수사(修辭)로 보는 인식이 엿보인다. 다만 김 전 대표도 최근 ‘경제민주화가 경제활성화’ 타이틀로 강의에 나서는 등 용어 확장성을 고심하는 분위기다.
개헌 계기로 격돌하나
내각제 개헌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던 김 전 대표는 연말쯤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전망이다. 한 측근은 “현 정부를 보며 제왕적 대통령 시대를 끝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며 “국정감사가 끝난 뒤 연말이 되면 본격적인 개헌 목소리가 터져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 김 전 대표가 내각제 개헌 조건부 지지 선언을 하고 다른 대선 주자와 연대할 경우 ‘경제민주화 대 경제교체’ 프레임이 격돌할 가능성이 크다. 여야 모두 내각제보다는 대통령 4년 중임 개헌 지지 분위기가 많아 판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 측은 “김 전 대표와 논쟁을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심포지엄 발표는 이미 나왔지만 실현되지 않은 정책을 고른 것이다. 일종의 역점 분야”라며 “팀별·분야별로 구체적인 정책을 연구 중이고 연말쯤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문재인 ‘경제교체’ vs 김종인 ‘경제민주화’
입력 2016-10-10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