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中어선에 무기사용 검토

입력 2016-10-10 00:02

서해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불법조업을 일삼고 있는 중국어선의 폭력 저항이 도를 넘고 있다. 단속 중인 해양경비안전본부 고속단정이 중국어선의 공격을 받고 침몰하는 초유의 사건까지 벌어졌다. 이에 따라 해경은 중국어선에 대해 그동안 자제해 왔던 무기 사용을 적극 검토하는 등 단호한 대응도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중국 측에 강력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이번 사건이 외교 문제화되는 양상이다.

9일 인천해양경비안전서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3시8분쯤 인천시 옹진군 소청도 남서방 76㎞ 해상에서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단속하던 인천해경 3005함 경비정 소속 4.5t급 고속단정이 100t급 중국어선의 충돌 공격을 받아 침몰했다.

당시 고속단정에는 조동수(50·단정장) 경위 혼자 타고 있었으며 나머지 해경특수기동대원 8명은 이미 다른 중국어선에 올라 조타실 철문 앞에서 중국선원들과 대치 중이었다.

중국어선의 충돌 공격으로 조 경위는 고속단정이 전복되는 순간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다행히 다른 고속단정에 구조됐다.

조 경위는 9일 기자회견에서 “1차 공격은 50m 넘게 떨어져 있어 단정을 몰아 피할 수 있었지만 10∼20m가량 뒤에서 돌진하는 중국어선의 2차 공격은 미처 피하지 못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해경은 고속단정을 들이받고 달아난 중국어선의 선명을 확인하고 전국 해경서와 중국 해경국을 통해 수배 조치했다고 이날 밝혔다.

정부는 이 사건과 관련해 중국 정부에 항의했다.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로 주한 중국대사관 총영사를 불러 유감과 항의의 뜻을 전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중국 측의 적극적인 노력을 촉구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중국 측은 이 자리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자국 어선에 대한 지도·단속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앞서 해경도 주한 중국대사관 부총영사를 불러 항의했다.

중국어선의 저항이 날로 악랄해지자 해경은 이날 무기 사용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주성 중부해양경비안전본부장은 “이번 사건은 ‘살인미수 행위’다. 중국어선의 불법조업과 폭력 저항이 한계를 넘었다”며 “그동안 자제했던 무기 사용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강경대응을 시사했다.

실제로 중국어선의 저항은 갈수록 흉포화하고 있다. 주로 꽃게철에 대거 출몰하는 불법 중국어선은 선체에 쇠창살을 꽂고 조업하거나 해경대원들을 향해 흉기를 휘두르는 등 저항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선체 양측에 길이 1∼2m의 쇠창살을 수십개 꽂고 조업하며 해경 고속단정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기도 하고, 해경특수기동대원들이 배에 오르려 하면 쇠파이프와 손도끼 등 둔기를 휘두르며 강하게 저항한다.

2011년 12월에는 인천해경 이청호 경사가 인천 소청도 남서쪽 87㎞ 해역에서 불법조업하던 중국어선 2척을 나포하려다가 중국 선원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기도 했다. 해경은 올해 들어 불법조업 중국어선 44척을 나포하고 선원 67명을 구속했다.

한편 국민안전처와 해경은 하루 넘게 중국어선의 ‘충돌 공격’ 사실을 공개하지 않아 은폐 의혹이 일고 있다. 안전처는 사실관계를 파악하느라 공개가 늦었다고 해명했지만 안전처 고위층이 이번 사건 공개를 통제했다는 해경 내부 관계자의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 그래픽=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