貿保 수출보증 섰다 1500억 날릴 판… ‘모뉴엘’ 데자뷔?

입력 2016-10-10 00:00
한국무역보험공사가 TV 수출 중소기업 보증을 섰다가 1500억원대 손실을 보게 된 이른바 ‘온코퍼레이션 사태’의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무보가 지난 7월 서울중앙지검에 업체 온코퍼레이션에 대한 수사를 의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데 이어 금융감독원도 보증과정 관련 검사를 검토 중이다. 일각에선 무보 임직원 등에 금품을 살포하며 3조원대 사기대출 행각을 벌였던 가전업체 ‘모뉴엘’ 사태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9일 금융 당국 등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금감원에 무보의 보증 사고와 관련해 검사에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무보는 산업부 산하 기관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안이 워낙 커 조사가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르면 이번 주부터 예비검사에 돌입할 계획이다.

제주도에 위치한 온코퍼레이션은 2001년 설립된 TV 수출업체다. 중국 현지 공장에서 TV를 제조하거나 미국 등에 수출한다. 2014년 무역의 날 기념행사에서 정부의 ‘3억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문제가 된 건 온코퍼레이션이 무보에서 받은 단기수출보험 보증이다. 회사는 2008년부터 무보 보증을 받아왔고, 2014년 시중은행으로부터 2200억여원을 대출받았다. 이후 경영난에 시달리다 1500억원을 갚지 못하게 됐다. 보증을 선 무보가 혈세로 손실을 메워야 할 판이다.

금감원은 보증 절차가 적법했는지, 사후 검증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금감원이 검사에 들어가면 지난해 4월 무역보험법 개정 이후 착수하는 무역보험 관련 첫 검사가 된다. 산업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은 당시 2014년 10월 발생한 모뉴엘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무역금융 전면쇄신 대책을 발표했다. 100만 달러 이상 계약의 진위 확인을 의무화하고, 금감원에 감독권을 주는 등의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무역보험 제도의 허점이 또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무보가 실제 매출이 발생하는 시장 상황을 제대로 체크하지 못했고, 은행은 무보 보증을 믿고 돈을 내주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부 요청이 있어야 금감원이 검사할 수 있는 시스템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다.

무보는 수출 실적을 위조한 모뉴엘과 달리 이번 사태는 경영악화가 원인이라는 입장이다. 보증 사고이지 고의적 대출 사기는 아니라는 것이다. 무보 등에 따르면 온코퍼레이션은 지난해 10월 미국 시장에서 TV 전원이 자동으로 꺼지는 품질 불량 사건으로 매출이 급감했다.

하지만 회사의 내부 제보자는 모뉴엘 사건에 연루된 전 무보 직원 2명이 온코퍼레이션 미국 법인에서 근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앞서 검찰의 모뉴엘 수사 착수 직전 해외로 도피했었다. 무보 시스템을 잘 아는 전직 직원들이 보험의 허점을 노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무보가 관련 의혹 등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했고, 감사원 감사도 별도로 진행 중”이라며 “조사 추이를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나성원 기자,







세종=서윤경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