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자비 이방자(1901∼1989) 여사는 일본 왕족 출신으로 본명은 나시모토 미야 마사코(梨本宮方子)다. 16세가 되던 1916년 일본에 볼모로 있던 이은(1897∼1970) 황태자(영친왕)와 약혼했다. 아이를 못 낳는 체질이어서 조선왕가의 대를 끊어놓으려는 일본의 속셈에 따른 정략적인 혼인이었다.
1920년 4월 20일 결혼식을 올린 그는 아들을 낳았으나 7개월 만에 잃고 말았다. 광복 이후 부부는 일본과 한국에서 버림받은 신세로 지내다 63년 귀국해 창덕궁 낙선재에서 기거했다.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숨지기까지 복지재단을 만들어 사회봉사 활동에 힘썼다. 재단 기금 마련을 위해 칠보, 자기, 글씨, 그림 등을 그려 바자회를 열기도 했다.
그가 제작한 작품 100여점이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갤러리H에서 26일까지 전시된다. “나라가 조용하면 국민이 건강하다”는 뜻의 붓글씨 ‘國靜民康(국정민강)’, 참새 한 쌍을 그린 ‘한매쌍작(寒梅雙雀)’, 남녀 칠보 혼례복과 흉배 등 근대문화재급 유물들이다. 이방자 여사의 약혼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로 작품이 한꺼번에 공개되기는 처음이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조선 마지막 황태자비 이방자 여사 작품전
입력 2016-10-10 1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