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두려워”… 한국, 니트족 비중 OECD ‘7위’

입력 2016-10-09 17:48

A씨(27)는 취업준비생이다. 대학 졸업 3년차인 그는 지난해까지 매달렸던 행정고시를 내려놓고 다시 취업을 준비 중이다. 토익학원을 다니며 면접 준비를 위한 스터디 그룹 활동을 하고 있다. 고시 공부를 하느라 취업용 스펙이 부족하다는 불안감에 최근에는 면접과 자기소개서 준비를 도와주는 컨설팅업체를 알아보는 중이다. “행시 준비를 시작하기 전인 4학년 때 여기저기 원서를 내봤는데 준비가 안 된 상태로는 의미가 없다는 것만 느꼈다”고 말했다.

A씨는 학교를 졸업했지만 아직 취업을 하거나 직업훈련을 받지 않고 있는 전형적인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에 해당한다. A씨가 졸업한 후 3년이란 기간은 일자리를 찾으려는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본격적인 취업 전선에서는 한발 물러선 ‘계속 준비 상태’였던 셈이다.

한국은 경제 수준에 비해 청년 니트족이 많은 나라다. 특히 한국에서는 일을 하기에 충분히 ‘똑똑한 청년들’도 니트 상태에 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대부분이 많은 교육을 받아 능력이 높은데, 한국 사회 내 일자리는 격차가 너무 심해 일부 대기업·정규직 등에만 경쟁이 몰리다 보니 나머지는 다시 취업을 위한 교육을 받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발표한 ‘한눈에 보는 사회 2016’에 따르면 한국은 청년 중 니트족 비중이 18%(2013년 기준)로 OECD 평균(14.6%)보다 3.4% 포인트나 높다. OECD 회원국 34개국 중 한국보다 니트족 비중이 높은 나라는 터키,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멕시코, 칠레 등 6개국으로 대부분 극심한 경제·사회 불안을 겪고 있다.

특히 한국의 니트족은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한 것도 아닌데, 적극적인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 인구의 비중이 84%에 달했다. OECD 평균 56%보다 훨씬 높다.

전체적으로 청년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공무원 시험 준비 등에 매달리거나 추가적인 교육, 자격증 취득 등을 위해 학원을 다니는 상태인 니트족이 많아진 영향이다. OECD는 한국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임금과 고용 안정, 근로조건 등의 차이가 너무 크다 보니 청년이 선택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일부로 몰리고 경쟁이 심해져 청년들이 또다시 교육으로 들어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OECD는 보고서에서 “보통은 문해력·수리력이 높은 청년층은 니트비율이 낮은데, 한국에서는 큰 차이가 없다”면서 “결국 한국 청년이 비효율적으로 과잉 교육을 받고 있다는 뜻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한국에서 그나마 좋은 일자리인 제조업 고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9일 고용노동부 9월 노동시장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부문 고용은 지난해 9월보다 7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09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전월에 이어 2개월 연속 1만명에 못 미친 것이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