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대로 ‘한글’로 물들다

입력 2016-10-09 21:13 수정 2016-10-09 23:58
제570돌 한글날을 맞아 9일 서울 반포대로에서 열린 2016서리풀페스티벌 ‘지상최대 스케치북’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이 반포대로 위에 그림을 그리고 있다. 김지훈 기자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짜와로 서르 사맛디 아니할쌔…(우리나라 말이 중국과 달라서 문자가 서로 통하지 않는구나)”

9일 제570돌 한글날을 맞아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가 거대한 한글 스케치북으로 변했다.

아빠와 엄마, 아이 등 온 가족이 함께 ‘지상최대 스케치북’ 행사장에 모여 평소에 차로 가득했던 도로 위에 분필로 한글 말솜씨를 뽐냈다.

한 가족은 훈민정음 서문을 써내려가며 한글날의 의미를 되새겼다. 장준호(11·원명초4)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상최대 스케치북에 참여해 낯설지 않다”며 “특히 올해는 한글날이라서 내가 좋아하는 세종대왕이 만드신 훈민정음을 써보았다”고 말했다.

3만㎡(1만평)의 반포대로에는 ‘우리가족 모두 행복하자’ ‘한글 만세’ ‘사랑해’ 등 한글과 그림, 좌우명, 꿈 등이 아스팔트를 장식했다. 이날 사용된 10가지 색깔의 분필만도 2만4000갑에 달했다.

이어 세빛섬에서 예술의전당까지 4.4㎞ 구간에서는 36개팀 1800여명이 국내 최대 규모의 ‘서초강산퍼레이드’를 펼쳤다. 행렬 길이만도 700m나 됐다. 특히 한글날을 기념해 훈민정음 기수단을 앞세우고 세종대왕이 오픈카에 탑승해 선두에서 행렬을 이끌었다.

아울러 서초구는 훈민정음 깃발 2만개를 시민들에게 배포해 한글의 우수성을 알리고 나랏말에 대한 사랑을 일깨웠다.

퍼레이드가 진행된 반포대로에는 브라스밴드와 록 밴드, 타악 퍼포먼스팀, 풍물패 등이 신명나는 연주를 펼쳤고 시민들도 함께 거리로 쏟아져 나와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지상최대 스케치북’과 ‘서초강산퍼레이드’는 서초구(구청장 조은희)가 올해 두 번째로 개최한 ‘2016 서리풀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 행사로 10만여명이 참가했다.

서울시 다른 자치구에서도 한글날을 기념한 다양한 행사들이 개최됐다. 성북구(구청장 김영배)는 8∼9일 국보 70호 훈민정음 간송혜례본 공개 70돌을 맞아 혜례본이 소장된 성북동 간송미술관 등에서 제1회 성북 훈민정음 축제를 열었다.

종로구(구청장 김영종)는 9일 경복궁 흥례문에서 출발해 광화문을 경유해 세종대왕이 태어난 세종마을까지 ‘세종대왕 어가행렬’을 선보였다. 또 세종마루 정자 옆 특설무대에서는 한글 ‘제자해’와 ‘송강 시가집’을 봉헌하는 ‘훈민정음 반포식’이 재연됐다. 도봉구(구청장 이동진)도 이날 원당샘공원에서 ‘정의공주와 함께하는 제5회 도봉한글잔치’를 열었다. 정의공주는 세종대왕의 둘째딸로 한글창제를 도운 인물이며, 도봉구에 정의공주 묘역이 조성돼 있다.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