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강호인 장관 이름으로 이원희(56) 현대자동차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한 것은 그간 큰 논란이었던 현대차의 안전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토부 장관이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의 대표이사를 검찰 고발까지 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다. 결함 문제 등이 불거질 때마다 정확한 사실을 투명하게 알리지 않고 자체 시정조치에 머무르던 현대차의 관행을 국토부가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강 장관이 고발한 핵심 내용은 이 대표가 지난해 6월 싼타페를 생산하면서 자동차관리법 제31조 제1항을 위반하는 죄를 저질러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 조항은 자동차·부품 제작자가 생산한 자동차·부품이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등의 결함이 있는 경우 결함 사실, 결함에 대한 시정조치 계획을 명확하고 지체 없이 공개하라고 명시하고 있다.
강 장관은 이 대표의 행위가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해당 규칙 41조에 따르면 자동차 제작자는 결함 사실을 안 날부터 30일 이내에 시정조치계획을 수립해 차주 등에게 우편 통지해야 한다. 서울특별시에 주사무소를 두고 전국에 배포되는 1개 이상의 일간신문에 결함 사실 등을 공고해야 한다. 현대차가 이 규칙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적법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점을 국토부에 인정하면서도 싼타페의 조수석 에어백 결함과 관련해 “지난해 6월 15일부터 자체적으로 결함을 시정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현대차가 문제의 싼타페 차주 66명을 모두 방문하지 못했으며, 아직도 결함을 안은 채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가 최소 4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다.
자동차 운전자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에어백 결함이 불거질 때마다 리콜 대신 자체 시정조치와 해명에 급급한 현대차를 비판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수출 차량과 비교해 국내 출고차량에는 제대로 된 부품을 쓰지 않는다는 의심도 크다. 최근 싼타페와 투싼, 맥스크루즈 엔진에 불량부품이 장착된 사실을 알고도 현대차가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자체 시정으로만 은폐하려 했다(국민일보 10월 7일자 1면 보도 참조)는 지적도 있었다. 현대차는 지난해 12월 ‘고객과의 대화’ 행사를 열어 “에어백 안전성 문제는 오해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때에도 지난해 6월 출고한 싼타페 조수석 에어백 결함 사실을 숨겼던 셈이다.
시민사회에선 세월호 참사부터 가습기 살균제 사건,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이 잇따르자 정부가 국민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토부 장관의 이례적인 고발로 검찰 수사대상이 된 현대차의 안전성 검증은 상당한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가습기 살균제 등 민생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들을 엄중하게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은 10일 현대차 고발 내용을 수사할 부서를 결정한다.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를 수사해온 형사5부가 전문성 차원에서 거론되지만 내부 조율 과정이 남아 있다.
이경원 양민철 기자 neosarim@kmib.co.kr
‘운전자 안전’ 현대車 소극 조치에 강경카드
입력 2016-10-10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