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뼈 6개 부러지고도 무대에 선 윤석화 “관객과의 약속 지키고 싶었다”

입력 2016-10-09 20:25 수정 2016-10-09 21:39
배우 윤석화가 지난 7일 연극 ‘마스터 클래스’ 개막 공연에서 휠체어에 앉은 채 연기하고 있다. 그는 교통사고로 전치 6주의 부상을 당했지만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출연을 강행했다. 돌꽃컴퍼니 제공

“관객분들은 저희의 태양입니다. 기다려주시고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7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린 연극 ‘마스터 클래스’의 커튼콜. 배우 윤석화(60)는 공연을 마친 뒤 이탈리아 나폴리 민요 ‘오 솔레 미오(O sole mio·오 나의 태양)’를 합창하며 눈물을 흘렸다.

데뷔 40주년을 맞아 지난봄 무대에 올렸던 ‘마스터 클래스’의 앙코르 공연 첫날 그는 휠체어에 앉은 채 연기를 했다. 지난달 20일 교통사고로 갈비뼈 6대가 부러지고 등뼈에 실금이 간 전치 6주의 중상을 당했기 때문이다. 의사는 만류했지만 그는 예정됐던 공연 20일 가운데 후반부 10일을 이날부터 강행했다. 그는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구두 대신 운동화를 신은 그는 1막 중반까지는 휠체어에 앉은 것을 빼고는 큰 무리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선 채로 절규하는 1막 마지막 장면의 대사에선 고통이 묻어났다. 혹시라도 대사를 잊어버릴까봐 개막 이틀 전부터 진통제도 맞지 않았던 그는 2막에선 연신 오른쪽 옆구리를 감싸 안았다. 통증 때문에 호흡이 다소 부족한 듯했지만 온몸을 바친 그의 투혼에 관객은 눈을 뗄 수 없었다.

‘마스터 클래스’는 세계적인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의 삶과 음악에 대한 열정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극중 가장 핵심적인 칼라스의 대사는 이탈리아 작곡가 케루비니의 오페라 ‘메데아’에 나오는 “오 다토 투토 아 테(Ho dato tutto a te·나는 당신에게 모든 것을 바쳤어요)”. 원래는 메데아가 자신을 배신한 남편 이아손에게 하는 말이지만 이 작품에서는 ‘당신’이 오페라 또는 음악으로 해석된다. 윤석화가 읊을 때는 마치 “나는 연극에 모든 것을 바쳤어요”로 들리는 듯했다. 이날 공연에는 윤석화를 응원하러 온 인사들로 가득했다. 특히 그와 자매와 다름없는 배우 박정자와 손숙이 눈에 띄었다. 연극이 끝난 뒤 대기실에 들어선 윤석화는 이들에게 “언니”라고 부르며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박정자와 손숙은 동생을 얼싸안고 “괜찮아. 잘했어” “연극이 너를 일으켜세웠다”라며 힘을 불어넣었다. 미소를 되찾은 윤석화는 “이제 못할 것이 없을 것 같다”며 답했다. ‘마스터 클래스’는 윤석화와 유난히 인연이 깊다. 그는 1997년 뮤지컬 ‘명성황후’의 미국 공연에서 제외된 데 이어 연극 ‘리어왕’에서 자진 하차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당시 은퇴설이 제기됐지만 이듬해 ‘마스터 클래스’로 화려하게 재기한 바 있다.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