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정책 수장인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경기 대책을 놓고 상대의 역할을 더 중시하는 듯한 발언을 연달아 쏟아냈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금리인상을 예고하거나 국채매입을 줄일 것으로 예상되는 민감한 상황에서 정책공조가 절실한 두 수장이 ‘핑퐁 게임’을 벌인 것이다.
유 부총리와 이 총재는 9일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한 자리에서 각자 상대의 역할을 강조하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유 부총리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세계적으로 확장적 통화정책을 펴왔고, 이에 한계가 있다는 점에는 모두 동의한다”며 “거꾸로 본다면 우리나라는 기준금리가 1.25% 수준이라 아직 ‘룸(Room·여지)’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마이너스 금리정책까지 시행하는 선진국과 비교해 볼 때 경기부양을 위해 한은의 금리인하 여력이 더 남아 있음을 강조하는 발언이다. 유 부총리는 물론 “단순 논리로 그렇다는 것”이란 사족을 달았다.
거꾸로 이 총재는 통화정책의 한계와 재정 여력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경제이다 보니 환율변동성 등을 고려할 때 선진국처럼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펴기 조심스럽다”며 “지금까지의 완화정책 결과 자산시장, 부동산 시장에서 가계부채 문제로 금융안정 리스크가 너무 많이 커져 있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또 “우리의 재정 건전성은 세계적으로 톱클래스”라며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도 재정이 더 많은 역할을 해줘야 하는 국가로 한국 독일 등을 꼽았다”고 소개했다.
이런 가운데 선진국 중앙은행은 긴축 움직임으로 돌아서고 있다. 미국은 9월 고용지표가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 ‘완전고용’을 1순위 목표로 하는 연방준비제도(Fed)의 12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더 높였다. 내년 3월 양적완화 프로그램 종료를 앞두고 있는 유럽중앙은행(ECB)은 현행 월 800억 유로의 자산매입 규모를 월 100억 유로로 서서히 줄이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본은행도 현재와 같은 국채매입에 한계가 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는 결국 선진국에서 돈을 푸는 양적완화 정책을 점점 줄여 가늘게 만드는 ‘테이퍼링’, 즉 돈줄을 죄는 쪽으로 이어져 한국과 같은 신흥국 시장에서 자본유출을 불러올 것이란 우려로 이어지게 된다. IMF는 이날 세계경제의 저성장 국면을 재정과 통화 및 구조개혁으로 공동 대응해야 한다는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두 경제수장 워싱턴 핑퐁게임
입력 2016-10-09 18:51 수정 2016-10-10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