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주도권 잃고 靑 엄호 급급… 野, 결정적 ‘한방’없는 폭로전

입력 2016-10-09 18:04 수정 2016-10-09 21:09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도 ‘정쟁 국감’만 재연했다는 중간평가가 나왔다. 여야 모두 지지층 결집을 위한 극단 전략을 지속한 결과다. 사상 초유의 ‘집권여당 보이콧’으로 반쪽짜리 국감이 시작됐고, 정상화 이후에도 미르·K스포츠재단 등 정권을 겨냥한 야당의 폭로와 의혹 제기로 파행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2주간 야권 파상공세에 대한 방어전에 집중했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감이 야권의 근거 없는 폭로와 무책임한 정치공세로 얼룩졌다”며 “새누리당은 정부 정책을 꼼꼼히 감시했다”고 말했다. 당 내부에서는 “핵심 지지층인 보수층에서 결집이 이뤄졌다”는 자평도 나온다.

그러나 집권여당이 이슈를 주도하지 못하고 야권에 끌려갔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 국감 기간 당 대변인 논평은 대부분 야권 의혹 제기에 대한 비난으로 점철되는 등 방어용 성격이 짙었다. 공격 대상은 경찰 살수차에 소방용수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발언한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박근혜 대통령의 사저 의혹을 제기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정도가 전부다. 여기에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 등 야권 대선주자들이 현안에 비켜나 있다는 한계도 작용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집권여당이 청와대만 엄호하는 모습으로 비쳐 지지층 관심은 끌었지만 중도층으로부터는 멀어졌다”고 말했다.

반면 야권은 폭로전에 치중했다. 특히 지난 2주간 대부분 상임위를 총동원해 미르·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권력 사유화’ 의혹을 끈질기게 추궁한 점을 최대 성과로 꼽고 있다.

더민주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집권 4년차인 현 정부의 실정과 무능을 드러내는 것이 이번 국감의 핵심 포인트였다”며 “새누리당의 국감 보이콧과 증인 채택 방해에도 불구하고 전 상임위에서 이슈를 주도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도 미르재단이 ‘K타워 프로젝트’에 초기부터 참여했던 정황을 비롯해 여권이 밀어붙인 ‘원샷법’(기업활력제고 특별법) 적용 1호 기업이 박 대통령의 사촌형부가 대표이사로 있는 업체였다는 점을 지적했다는 데 고무돼 있다.

국민의당 박 위원장은 11일 법사위 국감에선 수사 무마 대가로 자문료 20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직 검찰총장의 실명도 공개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일 기재위 국감에서 이를 처음 폭로한 더민주 박영선 의원에게서 바통을 이어받는 셈이다.

그러나 야권 내부에서도 ‘제대로 된 한 방’ 없이 공세만 계속할 경우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7개 상임위에서 미르 의혹만 제기해 현안은 뒷전으로 밀렸고, 거꾸로 미르 피로감만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전웅빈 권지혜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