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성경서 벗어난 해석 사회문제 일으켜”

입력 2016-10-09 21:30 수정 2016-10-10 15:54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가 7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진행된 ‘죽음과 기독교 장례 문화를 위한 공개세미나’에서 ‘죽음 이해와 추모문화’를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최근 농민 백남기씨의 죽음 이후 그의 가족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한 것을 놓고 정치적 논란이 일었습니다. 지극히 의학적인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정치적 이슈가 돼 자칫 죽음은 선택 가능한 것이라는 인식을 확대시킬까 우려됩니다.”

목회사회학연구소가 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개최한 ‘죽음과 기독교 장례 문화를 위한 공개세미나’에서 ‘죽음 이해와 추모문화’를 주제로 발표한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교수는 이날 발표의 핵심을 이같이 요약했다.

그는 주제발표 때 ‘우리 사회를 뒤흔든 세 죽음’을 언급했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 노무현 전 대통령, 존엄사 논란을 일으키며 법정투쟁을 벌였던 김모 할머니의 죽음이다.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나머지 두 사람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했다.

조 교수는 “특별한 주목을 받은 세 사람의 죽음이 잘못 받아들여져 ‘죽음은 선택 가능한 것’이라는 인식을 낳아서는 안 된다”면서 “성경에서 벗어나 ‘신의 권한이 아닌 인간의 선택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인식이 만연해지면 심각한 사회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자살과 구원 여부’를 둘러싼 논쟁에 있어 적지 않은 성도들이 정확한 사실이나 진리에 바탕을 두기보다는 감정적으로 섣부른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한 인간의 구원에 대한 판단은 우리의 몫이 아니라 하나님의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며 “한국교회는 구원과 죽음에 대한 바른 관점, 생명에 대한 바른 가치를 제시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곽혜원 21세기교회와신학포럼 대표는 조 교수가 지적한 사회 현상과 한국교회의 과제를 더 심층적으로 짚었다. 곽 대표는 “‘12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자살률 1위’ ‘확산되고 있는 고독사(孤獨死)’ 등 대한민국의 현실은 죽음에 대한 성숙한 의식의 부재와 부실한 사회안전망이 빚어낸 비극적 자화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상황이 이런데도 ‘삶과 죽음에 관한 연구’는 한국 신학계에서 관심 밖의 영역”이라며 “임종과 죽음에 대해 무지한 상태로 목회에 나서면 죽음을 앞둔 성도들을 영원한 생명으로 인도해야 할 안내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곽 대표는 “한국교회가 아동기·청소년기·청년기·중년기·장년기·노년기 등 연령별로 세분화 해 ‘삶과 죽음’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