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학자 500여명이 참가한 대선 싱크탱크를 띄우며 세몰이에 나서자 야권 다른 잠룡들이 잔뜩 신경을 곤두세웠다. 문 전 대표의 ‘초반 전력질주’에 시간적 압박을 받을 수 있고, 문 전 대표가 학자들까지 ‘줄세우기’하며 제한된 인력풀을 과도하게 선점하려 든다는 불만이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의원 등 야권 잠룡 측 인사들은 9일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특히 내년 대선 후보 조기경선 논란이 말끔히 정리되지 않은 시점에 문 전 대표가 다른 후보에 대한 배려 없이 자신의 ‘시간표’만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시장 측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다른 잠룡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는 문 전 대표가 확실한 존재감을 보여주려 한 것 같다”며 “당내나 정치적 상황을 고려하면 그런 세몰이식 띄우기를 할 때가 아닌데, (다른 후보군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박 시장이나 안 지사 등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도정 등의 이유로 현 시점에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거나 대선용 대규모 행사를 개최하기가 부담스러운 게 현실이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대선 어젠다는 충분히 고민해야 할 문제”라며 “연말까지 최대한 많은 사람들로부터 피드백을 받고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문 전 대표 측이 자신의 싱크탱크에 500여명의 학자가 동참했다고 밝힌 부분에 대한 지적이 많다. 참여 학자 명단은 공개하지 않은 채 숫자만 밝힌 게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김 의원 측은 “교수사회가 얼마나 민감한 곳인데, 명단도 밝히지 않으면서 500명이나 되는 교수들이 자신을 돕는다고 발표한 것은 교수들을 매우 함부로 대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 시장 측도 “현실정치에 관심 있는 학자들은 여러 캠프에 관계가 걸쳐 있는데, 당내 다른 주자의 반감은 고려치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대세론 굳히기’에 나선 문 전 대표 측에 대한 반감도 읽힌다. 당 지도부 핵심 인사는 “최소한 40%의 지지율은 나와야 대세론이라 할 수 있다”며 “연말에 박원순, 안희정, 김부겸 등이 나오면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이 분산될 것이 분명한데 벌써 대세론이라 하는 게 의미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문 전 대표가 세과시를 통해 대세론 굳히기에 들어가자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도 국정감사 종료 직후부터 특강 정치를 통해 ‘안풍(安風)몰이’에 나설 계획이다. 안 전 대표는 연말까지 10여개 대학에서 과학기술·교육·창업 등 3대 혁명과 격차 해소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다. 2012년 대선 출마 당시 최대 지지 기반이었던 청년층의 ‘돌아선 마음’을 되돌리겠다는 의지다. 안 전 대표에게는 연말까지 두 자릿수 지지율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다. 당내에선 안 전 대표가 지지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당내는 물론 제3지대 주도권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글=최승욱 권지혜 기자 applesu@kmib.co.kr, 삽화=공희정 기자
[발걸음 빨라진 여야 대권 주자들] ‘文 세몰이’에 부글부글
입력 2016-10-10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