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과거 자신의 음담패설이 녹음된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유부녀를 유혹하고, 성추행을 자랑하는 트럼프의 저속한 과거 발언이 폭로되자 당내에서는 대선 후보 사퇴 요구까지 거세게 일고 있다. 트럼프는 사퇴를 거부했지만 대선 투표일을 꼬박 한 달 남겨 놓고 선거판이 급작스레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는 9일(한국시간 10일 오전 10시) 열리는 2차 TV토론에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추문을 공격 소재로 삼겠다고 예고했지만, 일각에서는 ‘선거가 이대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일고 있다. 트럼프 캠프 관계자는 “동영상 공개가 종말을 알리는 사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트럼프의 음담패설 파문은 워싱턴포스트가 문제의 동영상을 입수해 7일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트럼프는 이 동영상에서 한 유부녀의 실명을 거론하며 “그녀를 유혹해 성관계를 가지려고 했다”고 떠벌렸다. 특히 그는 여성의 신체 주요 부위를 지칭하는 저속한 표현을 써가며 “스타가 되면 여자들의 몸을 만지거나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은 그가 2005년 드라마에 카메오로 출연하기 위해 연예프로그램 ‘액세스 할리우드’의 진행자 빌리 부시와 함께 버스로 이동하던 중 카메라가 없는 상태에서 주고받은 대화에 담겼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핀 마이크를 통해 고스란히 녹음됐다.
트럼프의 발언이 공개되자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 등 중진 인사들이 잇따라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도 “트럼프의 발언은 외설이 아니라 성폭행 그 자체”라고 맹비난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2016 미국의 선택] ‘음담패설’ 트럼프… 이대로 끝나나
입력 2016-10-10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