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정상기] 대북제재 위해 중국 움직이려면

입력 2016-10-09 17:35 수정 2016-10-09 21:27

북한 5차 핵실험 이후 한 달이 지났지만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결의안이 아직 도출되지 못하고 있다. 제재 수위를 한층 높이려는 한·미 입장과 일정 수준 이상의 제재를 막으려는 중국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틈을 이용, 10월 10일을 전후해 6차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또는 이를 동시 진행하는 도발을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현재 정부는 북한의 핵 포기 선언을 끌어내기 위해서 제재 강도를 확실하게 높이는 방향으로 외교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안보리 차원의 강화된 제재결의안이 통과되고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 등 강력한 추가 제재조치들이 취해지더라도 중국의 적극 협조 없이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정도의 압박효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중국 측 동의 하에 사상 최강의 대북 제재안이 실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북·중 교역이 감소하지 않고 있음이 이를 잘 보여준다.

중국은 강력한 제재조치에 반대해왔다. 강한 제재의 결과로 북한에 급변사태라도 일어나면 대규모 탈북난민의 동북 3성 유입이나, 경우에 따라 한·미연합군이 북한을 접수하는 상황으로 전개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한국 내 사드 배치에도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인 중국은 압록강이나 두만강 연변에 미군이 주둔하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9일 중국 CCTV에서 방영된 연속극 ‘팽덕회 원수’편에서는 한국전에서 중국이 미군과 연합군을 물리치고 38선 이북을 회복하는 장면과 함께 북·중 연대감에 초점을 맞춘 것을 보면 현 상황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은 지난 20여년간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유지, 한반도의 비핵화,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을 소위 대한반도 정책 3대 원칙으로 삼아왔다. 정부는 비핵화 없이는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유지가 어렵다는 입장에서 비핵화에 우선순위를 두는 반면, 중국은 비핵화보다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우선시한다. 이 때문에 중국은 안보리의 대북 제재가 북한 정권의 존립에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하며, 동일한 맥락에서 미·일 등 개별국가 차원의 대북 추가 제재에도 반대하는 것이다.

심지어 일부 중국학자들은 중국이 ‘남북한 전쟁 가능성이 있는 혼란상태’와 ‘핵보유국 북한’이라는 선택의 기로에 서면 후자를 택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더불어 중국 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의 근본원인이 미국의 대북 고립화정책 때문임으로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미·북 간 직접대화와 평화협정 체결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중국의 일관된 태도를 볼 때 향후 안보리 제재안의 수위가 아무리 높아지더라도 이행과정에서 중국의 적극 협력을 얻는다는 보장은 없다. 결국 중국 태도에 따라 제재의 성공 여부가 결정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중국 측의 진심어린 협력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이 우려하는 북한의 장래 문제에 대한 명확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중국을 안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즉 한·미 양국의 대북제재 목표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제거에 있으며, 이를 이용한 어떠한 다른 목적도 없음을 이해시켜야 한다.

상호간의 진솔한 대화와 전략적 소통을 통해 한반도 미래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먼저 이루어질 경우 안보리 제재안에 쉽게 합의할 수 있을 것이며 중국도 제재조치를 취하는 데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다. 아울러 중국도 한반도 장래에 대한 토의를 꺼려오던 종전의 자세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 한·미와의 전략적 소통을 통하여 상호 공감대를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상기 건국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