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위기를 겪으면서 삶은 크게 달라졌다. 특히 신앙적인 면에서 새로운 삶의 기쁨을 발견하게 됐다. 그것은 섬기는 리더십을 통한 나눔과 봉사의 삶이었다.
남편과 관계 개선을 위해 참여했던 온누리교회 예수제자학교의 6개월 훈련을 통해 나는 예수님의 길을 따라 섬기는 리더십 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훈련을 마치면서 스리랑카 아웃리치팀 ‘팀종’으로 사역을 떠났다. 팀종은 아웃리치 팀의 리더다. 팀장이 아닌, 종이 되어 섬기라는 의미로 팀종이다.
스리랑카 콜롬보 공항에서 9시간을 달려 도착한 자푸나라는 곳은 오랜 내전으로 고통을 겪는 지역이었다. 처절한 환경 속에서 힘겹게 살고 있는 과부와 고아들을 만났다. 살림이라곤 다 찌그러진 냄비 한두 개, 맨바닥에서 자며 겨우 죽만 끓여먹고 있었다. 식량이 없어 굶주리는 이들을 위해 눈물로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새 정이 들어 아이들을 끌어안으며 많은 것을 느꼈다. ‘지금 내가 누리는 것들은 얼마나 큰 것인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가.’ 10박11일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나를 비롯한 팀원들은 예수님의 큰 사랑을 깨달았다. 그리고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애쓰고 힘쓰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2012년엔 교육과 의료, 보건 등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아프리카 케냐의 해안 마을에 선교와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이번엔 남편과 함께였다. 6개월 동안 한 번도 사용된 적 없는 움페케토니아 진료소에서 의료진을 도와 봉사활동을 펼쳤다. 진료현장은 신발을 신지 않고 땡볕에 먼 길을 걸어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뜨거운 태양으로 얼굴이 심하게 상한 여인, 눈에 파리가 달라붙어도 쫓아낼 생각을 못하는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 발에 못이 박힌 아이, 귀지로 귀가 꽉 막힌 아이, 머리가 부스럼으로 뒤덮인 남자, 이가 다 썩어 뽑아야 하는 남자, 에이즈 환자…. 의료진을 비롯한 봉사자들은 ‘예수님 대하듯’ 환자들을 성심으로 돌봤다. 감동의 현장이 아닐 수 없었다. 선교와 봉사활동을 다니면서 ‘하나님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했다.
“땅에는 언제든지 가난한 자가 그치지 아니하겠으므로 내가 네게 명하여 이르노니 너는 반드시 네 땅 안에 네 형제 중 곤란한 자와 궁핍한 자에게 네 손을 펼지니라.”(신 15:11)
어릴 때 부자 되기를 소망했다. 내가 가진 작은 힘으로 타인을 돕고, 행복을 나누는 것을 꿈꿨다. 막연하게 키운 꿈이었지만 남편과 회사를 설립하고 차츰 안정을 찾으면서 그 일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모교인 대림대와 안양대에 장학금을 내놓은 게 첫 열매였다. 나처럼 공부를 하고 싶어도 형편 때문에 못하는 학생들을 돕고 싶었다. 언젠가는 ‘푸른언덕 장학재단’을 설립해 더 많은 학생들을 후원하고 싶다.
외국인 유학생들과 선교사님, 시각장애인 전도사님, 고엽제 피해자를 지원하는 사역 역시 오랫동안 해온 일이다. 나눔과 봉사는 경제적 여유나 물질적 형편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못할 게 없다. 주님의 도우심으로 보낸 후원이 타인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기꺼이 행동으로 옮겨야하지 않을까.
정리=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역경의 열매] 김정란 <11> ‘부도 위기’ 겪고나서 나눔과 봉사의 기쁨 발견
입력 2016-10-09 2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