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우리는 과연 어떤 이웃인가

입력 2016-10-09 21:33

선한 사마리아인 이야기는 불신자도 알 정도로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 강도를 만나 매를 심하게 맞고 거의 죽을 지경이 되어 쓰러져 있었습니다. 그때 이웃 사랑을 앞장서 실천해야 할 제사장과 레위인이 지나갑니다. 이들은 쓰러진 사람을 보았지만 확인도 안하고 시체를 만져 자기를 더럽혀서는 안 된다는 율법(레 21:1)에 매여 그냥 지나갔습니다.

이어 한 사마리아인이 그곳을 지나갑니다. 강도 만난 사람을 본 그는 가던 길을 멈추고 그 사람의 상처에 올리브유와 포도주를 바르고 싸매어 주었습니다. 그리고는 자기 짐승에 태워 주막으로 데리고 가 주막 주인에게 그 사람을 돌보아 줄 것을 부탁한 뒤 비용이 더 들면 돌아와서 갚겠다고 약속까지 합니다. 당시 유대인은 사마리아인을 개처럼 취급할 정도로 상종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개 취급을 받던 사마리아인은 쓰러져 있는 사람이 어떤 종파인지 상관하지 않고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착한 일을 했습니다. 반면 누구보다 하나님의 계명을 잘 알고 실천해야 할 종교 지도자들은 강도 만난 자를 구제하지 않고 외면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비유를 말씀하신 것은 마태복음 7장 21절처럼 ‘입으로만 주여 주여 하지 말고 하나님 말씀을 실천하며 살라는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는 강도 만난 자들이 많이 있습니다. 남한에 있는 3만여명의 탈북민도 그들 중 하나입니다. 김일성 일가에게 영혼과 육체 등 모든 것을 도둑맞은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탈북민들은 많은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우리 곁으로 왔지만 우리가 ‘네 이웃을 네 자신처럼 사랑하라(마 22:29)’는 계명을 실천하지 못해 많은 분들이 교회를 떠나가고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탈북민도 주님의 사랑으로 품지 못하면서 북한 동포에게 복음을 전하겠다는 것은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 북한 함경북도에 해방 이래 최악의 홍수 피해로 138명이 숨지고 400여명이 실종됐으며 6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다급해진 북한은 세계 각국에 피해를 공개하고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유엔기구와 스위스 등 여러 국가를 통해 이미 북한에 많은 구호물품들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남북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경색되어 있어 우리 정부는 아직 돕겠다는 발표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교회들도 선뜻 북한 수재민 돕기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탈북민이 절반을 차지하는 우리 교회에는 북에 있는 가족이 홍수 피해를 입은 성도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전 교인이 특별헌금으로 도왔고, 남은 금액은 더 어려운 탈북민 교회에 전달했습니다. 며칠 전엔 교회의 한 성도가 찾아와 봉투를 하나 내어 놓았습니다. 그는 “목사님 이건 제가 다음 학기 등록금으로 모아 놓은 돈인데, 기도 중 하나님이 북한의 수해 입은 분들에게 주면 좋겠다는 마음을 주셔서 가져왔습니다”고 말했습니다.

그분은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제때에 대학에 못가 중년이 지난 지금 대학을 다니고 있는 분으로 여전히 어렵게 살고 있습니다. 그 봉투를 받은 저는 가난한 과부의 두 렙돈과 같은 이 헌금이 수해당한 북한 동포를 돕는 일에 잘 사용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해드렸습니다. 이 성도가 오늘 본문에 나오는 선한 사마리아인이 아닐까요. 이 성도처럼 우리도 수해 입은 북한 동포들을 도와야 통일되어 그들을 만났을 때 부끄럽지 않을 것입니다.

조요셉 목사 (서울 물댄동산교회)

◇약력=△고려대 졸업, 한국학대학원 철학박사,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 목회학석사 △현 ㈔새일아카데미 이사장, 예수전도단 북한선교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