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의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이 수상자로 결정된 올해 노벨 평화상은 노력상에 가깝다. 오랜 내전을 끝내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콜롬비아에 아직 평화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벨위원회는 반군 토벌에 앞장서다 평화주의자로 변신해 4년 가까이 평화협정에 몰두해온 산토스 대통령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콜롬비아 정부와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 간 내전은 남미에서 가장 오래된 좌·우 무장투쟁이다. 1964년 농민 반란으로 시작된 내전은 52년간 지속되면서 22만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영국 BBC방송은 산토스를 매에서 비둘기로 변모한 정치인으로 소개했다. 그는 알바로 우리베 대통령 때 국방장관에 임명됐다. 부친이 FARC에 살해된 우리베 대통령은 FARC 토벌에 주력했고, 이를 산토스가 진두지휘했다. 산토스는 이때 얻은 인기로 2010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2012년 FARC 지도자 로드리고 론도뇨와 평화협상을 시작했다. 반군과의 전쟁을 지휘하다 입장을 바꾼 것이다. 지난한 협상 끝에 지난달 26일 총탄으로 만든 펜으로 론도뇨와 평화협정에 서명했다.
그러나 협정안은 지난 2일 국민투표에서 찬성 49.78%, 반대 50.21%로 부결됐다. 반군을 형사처벌하지 않고 사면한다는 데 국민 불만이 컸다. 산토스와 론도뇨는 이에 굴하지 않고 협정안 수정에 나서고 있다.
산토스는 “내전으로 고통받은 수백만명의 이름으로 상을 받는다”며 “평화에 가까이 다가갔고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협상 파트너의 영예를 지켜본 론도뇨는 “평화를 상으로 받고 싶다”고 말했다.
산토스는 콜롬비아인으로 두 번째 노벨상 수상자다. 앞서 ‘백년의 고독’을 쓴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1982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콜롬비아 ‘52년 내전’ 종식 길 터
입력 2016-10-07 21:12 수정 2016-10-08 0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