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 집행 결과가 증거로 제출됐을 때 재판관이 본안(本案) 판단할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강형주 서울중앙지법원장은 지난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법·서울중앙지법 국정감사에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유족이 원치 않을 때에는 백남기(69)씨 부검영장에 효력이 없게 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백씨의 부검영장(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발부했는데 유족 측의 장소 결정, 참관 권리 등이 서술된 ‘압수수색검증의 방법과 절차에 관한 제한’이라는 글을 첨부했다. 이 제한 조건 때문에 정치권과 시민단체, 검찰과 경찰은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장을 발부했던 서울중앙지법원장인 강 법원장의 답변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돼 있다. 이론적으로만 보면 영장은 발부된 이상 효력이 있고, 수사기관이 ‘제한’을 무릅쓰고도 집행할 수는 있다는 해석이 있다. 강 법원장은 “영장은 발부를 했고, 집행은 수사기관이 한다”고 말했다. 검찰 측에서도 “영장은 집행이 돼야 한다”는 반응이 나왔다. 법원 관계자는 7일 “영장 자체에 대한 불복 수단은 없고, 집행에 불복이 있으면 준항고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영장 집행에는 법적인 문제가 없고, 이를 막기 위해서는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의미다.
야당에서는 “법원의 제한은 조건의 의미”라며 유족 동의 등을 얻지 못하면 영장은 효력이 없고, 부검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조건부 영장’이라는 표현은 법률적 용어는 아니라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법원이 붙여놓은 ‘제한’은 부검 시 적법성을 따지는 조건은 될 수 있겠지만 영장 자체의 효력을 좌우한다고 보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 재경지법 판사는 “‘제한’의 마지막 부분을 보더라도 꼭 유족의 동의를 받아야 집행할 수 있다고는 해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수사기관이 ‘제한’을 어긴 경우 위법성 논란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강 법원장은 “‘제한’이 결국 의무 규정이라 할 수 있겠느냐”는 법사위원의 질문에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다”고 답했다. 그는 “‘일부 인용 일부 기각’의 취지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며 “‘제한’을 벗어나면 기각이라는 취지”라고도 말했다.
법원은 부검 결과에 대한 증거능력 판단이 ‘제한’을 준수토록 할 방안이 된다는 입장이다. 재경지법의 또 다른 판사는 “집행이야 할 수 있어도 효력의 문제는 남아 있다”며 “나중에 본안의 증거능력은 누가 판단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른 판사는 “스마트폰 등 디지털 증거를 수집할 때에도 법원이 적시한 절차·방법 제한을 따르지 않으면 증거로 못 쓰게 된다”고 말했다.
법원이 발부한 부검영장의 유효기간은 25일까지다. 백씨 부검을 두고 유족 측과 경찰 입장이 극명히 대치되는 가운데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우려된다. 김정훈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지난 4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영장은 유효기간이 끝나면 집행이 안 되는데, 그 전에 집행될 것으로 생각한다”고만 답변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분석] ‘유족 동의’ 안해도 집행 가능… 향후 증거능력은 미지수
입력 2016-10-08 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