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패러다임 바꿀 新기후체제… 너무 무심한 한국정치

입력 2016-10-07 18:47
파리기후변화협정이 다음달 4일 발효된다. 195개 협정국 중 74개국이 비준을 완료했고, 비준국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전체의 58.8%를 차지해 발효 요건(55개국·55%)이 충족됐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 인도 등 선진국과 개도국의 거대 경제권이 모두 동참했다. 기존 기후체제인 교토의정서는 협정 체결 후 8년이 지나 발효됐는데 이번엔 1년 만에 성사됐다. 기후 문제를 대하는 각국의 인식이 크게 달라졌음을 말해준다. 195개국은 예외 없이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이행하게 된다. 이제 세계는 새로운 질서에 적응하고 살아남는 경쟁을 시작할 것이다. 우리는 그 경쟁을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가. 이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점검해야 할 때가 됐다.

정부가 유엔에 제출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의욕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30년 배출 전망치 대비 37%를 줄이기로 했다. 동일 기준으로 환산하면 미국의 3배쯤 된다고 한다. 우리 경제와 산업이 그만큼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됐다는 뜻이다. 이 목표를 어떻게 이행할지는 아직 구체적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25.7%는 직접 줄이고 11.3%는 배출권을 사온다는 정도만 구상돼 있다. 교토의정서가 만료되는 2020년이면 파리협정의 새로운 룰이 적용된다. 신(新)기후체제는 4차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우리 산업이 인공지능 로봇기술 생명과학의 등장에 허둥대는 모습을 신기후체제에서 재현하지 않으려면 남은 4년간 혁명에 가까운 체질 개선을 이뤄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이 상황을 과연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우려스럽다. 경쟁국들이 협정을 속속 공식화하며 본격 준비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달에야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아직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많은 정치인이 경제를 말하지만 신기후체제의 관점에서 꺼내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내년에 대선을 치를 텐데 어떤 정치인, 어떤 공무원이 중심을 잡고 이 문제를 풀어갈지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