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 美 엘리엇의 탐욕 저지에 만전 기해야

입력 2016-10-07 18:48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5일(현지시간) 삼성전자 분할과 지주회사 전환을 포함한 요구사항을 삼성전자 이사회에 보냈다. 엘리엇은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누고 지주회사를 삼성물산과 합병할 것을 제안했다. 또 분할한 사업회사를 나스닥에 상장하고, 주주에게 30조원의 특별배당을 실시하며, 사외이사 3인을 추가로 선임하라고 요구했다. 엘리엇은 창업주 가족의 리더십과 삼성의 업적을 치켜세우는 표현까지 동원했다.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며 삼성과 소송을 불사했던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엘리엇은 최대 이익만을 추구하는 투기성 자본인 점에 주목해야 한다.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노림수를 감추고 있을 뿐이다. 천문학적인 특별배당을 요구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익을 주주에게 환원하기 위해 지난해 3조원의 정기배당을 실시한 회사에 10배의 특별배당을 하라는 것은 삼성전자를 ‘현금인출기’로 삼겠다는 제안이나 다름없다.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기술개발과 시설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야 하는 전자업계의 현실을 외면한 처사다. 자금 조달에 문제 없는 삼성전자의 나스닥 상장도 실익이 없다. 헤지펀드 입맛에 맞는 사외이사 3인을 선임하면 해외 투자자들의 목소리만 대변할 가능성이 크다.

엘리엇은 이재용 부회장을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선임할 예정인 오는 27일 임시주총에서는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할 것이다. 엘리엇의 삼성전자 지분율이 상법상 안건 제안 자격에 미달하기 때문이다. 엘리엇은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 외국인 주주들을 모아 삼성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엘리엇의 탐욕을 저지할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지배구조 개편 작업도 투명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