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절뚝거리며 가듯 일이 순조롭지 못한 ‘파행’

입력 2016-10-08 04:04

“여야의 강경 대치로 파행을 이어가던 국회가 가까스로 정상화됐으나….” 요즘 수도 없이 들었던 말입니다.

‘절뚝거리며 걷다’ ‘의학에서 절뚝거림을 이르는 말’ ‘일이나 계획 따위가 순조롭지 못하고 이상하게 진행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파행(跛行)’입니다. 절뚝거리며 간다는 뜻이지요.

파행이 파탄(破綻)이나 파국(破局)처럼 모든 게 끝난 상황을 이르는 말과 같지 않은가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跛는 ‘절뚝거리다’의 뜻을 가졌는데 足(발 족)이 들어 있는 것으로 보아 걷는 것과 관련된 글자임을 알 수 있습니다. 파행은 운동회 등에서 ‘2인3각’ 경기를 하는 것처럼 손발이 맞지 않고 부자연스럽게 뒤뚱거리며 간다는 말입니다. 가기는 가되 제대로 못 간다는 의미이지요. 破에는 石(돌 석)이 들어 있지요. 파탄, 파국은 돌이 깨지듯 일이 결딴나는 것을 뜻하는 말입니다.

파행(爬行)이라는 말도 있는데, 기어간다는 뜻입니다. 爬는 손톱(爪·조)으로 ‘긁다, 기다’는 의미의 글자입니다. 악어 같은 동물을 파충류(爬蟲類)라 하지요.

국회가 정상화되었다고 하지만 사실은 파행 중입니다. 제대로 굴러가지 않기 때문이지요. “파행은 한국에서 막무가내로 트집을 잡아 국회를 마비시켜 벌어지는 일을 이르는 말이다.” 이런 조소(嘲笑)를 듣지 말아야 합니다.

글=서완식 어문팀장 suhws@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