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홍보관은 정보를 제공하는 기업과 정보를 수신하는 방문객 사이에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말 그대로 기업의 가치관을 보여주는 곳이다.
구글·페이스북과 삼성·LG의 홍보관에 가보았다. 글로벌 브랜드 가치 2위 구글이 직원 복지를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면 11위 삼성전자는 기술 역량을 알렸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한국 기업도 이제는 과거 개발논리에서 벗어나 직원들과 함께 기업을 만들어간다는 사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함께 먹는 구글
“최근 확장 공사를 했어요.”
구글 직원 폴 듀포이가 자랑스럽게 홍보관을 소개했다. 기자가 보기엔 작았다.
큰 규모에 화려한 디스플레이를 자랑하는 한국 대기업들의 홍보관과 비교하면 초라할 정도였다. 전시 내용도 소소했다. 구글의 마스코트인 ‘누가’의 다양한 미니어처들이 진열대에 올려져 있었고 삼성전자·소니 등 다양한 제조사의 플랫폼을 통해 자신들의 콘텐츠를 구현해 놓은 게 전부였다.
공을 들인 것은 따로 있었다. 홍보관 한쪽에는 직원들의 사무실 근무 공간을 그대로 재현해 놨다. 또 다른 곳에는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각종 서비스를 알리는 사진이 전시돼 있었다. 회사 내 카페에선 유명 바리스타가 커피를 뽑아주고 음식 재료를 구비해 구글 직원(구글러)들이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듀포이는 “구글은 음식이 다양한 역할을 한다고 믿고 있다”면서 “함께 먹으면서 경험을 공유하고 유대감을 형성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50여대의 버스와 전기차 충전소, 자전거 등 다양한 이동 수단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트레이너가 있는 헬스센터와 요가 강좌 등도 경험할 수 있다.
구글의 역사는 구글 본사를 찾은 유명인사들의 사진을 보여주는 것으로 대체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이 구글을 찾은 사진도 있었다.
페북, 회사 자체가 홍보관
페이스북은 아예 홍보관도 없었다. 직원들이 방문객과 함께 이동하며 설명하는 게 전부였다. 회사 건물과 직원들의 일하는 모습 자체가 홍보관인 셈이었다. 인도계 이민 2세대인 페이스북 직원 아티프 칸은 페이스북을 상징하는 단어인 ‘해커스(Hacker)’ 컴퍼니라는 간판이 달린 빌딩을 가리키며 이 회사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의 회의실이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 회사는 테마파크를 재현해 만들었다. 여기 있는 모든 시설이 공짜”라면서 “광장에선 저녁에 직원들과 바비큐 파티를 즐기고 분기마다 해커톤(해킹+마라톤)도 진행한다”고도 했다. 사내 자판기에선 업무에 필요한 볼펜부터 애플의 터치패드 등 고가의 사무용품까지 공급했다.
회사 내 시설 중 유일하게 돈을 받는 곳이 있다. 브라질 음식점인 ‘SOL(솔)’이다. 이 음식점은 저커버그가 회사 창업 전부터 즐겨 찾던 곳이라 창업 후 유일하게 입점한 곳이었다.
한국은?
그렇다면 한국의 대표적인 대기업들의 홍보관은 어땠을까. 한국공간디자인학회는 2009년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효과 극대화를 위한 기업홍보관 공간디자인에 관한 연구’에서 한국 대기업들의 홍보관을 분석했다.
학회는 기업 홍보관이 주로 신제품과 신기술 소개 등 직접적 기업의 홍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최근에는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기업의 윤리나 경영이념, 공익활동을 함께 소개하면서 소비자와의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홍보 대상도 구매가 가능한 연령층에 국한하지 않고 미래 잠재고객인 어린이까지 넓혔다.
삼성전자가 서울 서초동 사옥에 운영하는 딜라이트 홍보관이나 LG전자의 LG사이언스, 포스코의 스틸 갤러리 등이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곳이다.
이들 기업의 홍보관을 찾아가 보면, 막상 전시 내용만 업종에 따라 다를 뿐 구성은 비슷했다. 과거 개발한 제품, 앞으로의 시장 상황에 맞춘 변화 등을 얘기하면서 어린이 관람객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을 추가하는 수준이었다. 물론 한국 대기업의 홍보관에도 강점은 있다. 구글과 페북은 기업 관계자가 없으면 방문 자체가 어려웠지만 한국 기업들의 홍보관은 예약만 하면 언제든 방문이 가능했다.
구글과 페북이 미국의 모든 기업 정서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의 홍보관도 한국의 기업문화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상하 구분 없이 자유롭게 토론하며 의사를 결정하는 스타트업이나 벤처 기업들 사이에서 한국 기업문화는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 관련 스타트업 기업들이 몰려 있는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나 새너제이 기업 관계자들 사이에서 종종 한국 기업들이 부정적으로 회자됐다.
미국의 IT 기업에 근무하는 한국인 A씨는 “NC소프트나 넥슨이 미국 법인 홈페이지에 마케팅 담당자 채용공고를 올렸는데 지원자가 없었다”면서 “공고를 올린 지 넥슨은 6개월, NC는 1년 정도 넘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들 가고 싶지 않은 기업이라고 말한다”고 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위계질서를 중시하고 유연하지 못한 한국식 근무 형태가 실리콘밸리에도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형 게임업체에 다니다가 최근 미국의 게임업체로 이직한 B씨는 “자신의 능력보다 직장 상사에게 잘 보이는 게 더 중요한 한국의 기업문화에 질렸다”고 했다. 아이를 키우며 직장생활을 하는 B씨는 야근을 강요하고 회사 업무에 최우선의 가치를 두길 요구하는 한국의 기업문화가 견디기 힘들었다.
“미국 기업에 입사해서 현재는 팀을 이끌고 있다”는 B씨는 “회사가 육아를 위해 금요일엔 재택근무를 하라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철저히 업무와 관련된 능력 위주로 직원의 가치를 판단한다”고 전했다.
업무보다 암투
지난해 씨넷,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 미국의 유명 IT 매체가 삼성전자 임원의 사퇴를 비중 있게 다룬 것도 비슷한 이유다. 미국법인 모바일 부문 최고마케팅책임자 토드 펜들턴이 물러난 사건을 두고 씨넷은 글로벌 기업의 내부 견제와 암투가 드라마(Soap Drama) 같았다고 했다.
팬들턴은 나이키 등에서 20년 넘게 브랜드 마케팅과 홍보 분야에서 일한 전문가다. 2011년 삼성전자 북미 통신 법인에 들어와 삼성 스마트폰 갤럭시의 새로운 광고 캠페인 ‘넥스트 빅 싱(Next Big Thing)’을 기획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를 “삼성이 마켓 리더로 떠오르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한국의 삼성 본사 임원들이 그의 성공을 싫어해 “회계 내역을 보고하지 않았다”며 감사관을 파견하기도 했다고 보도했으나 삼성 관계자는 “감사관을 파견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삼성테크윈의 외국인 부사장도 선임 3개월 만에 사표를 내기도 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기계공학 석사를 받은 스티브 플러더 부사장은 제너럴일렉트릭(GE)에서 에너지 부문 중국사장 등을 거치는 등 잘나가는 임원이었다.
다행히 IT 기업을 중심으로 한국의 기업문화도 변하고 있다. 네이버는 자신의 일이 끝나면 자유롭게 출근하거나 퇴근할 수 있다. 임신한 여직원은 발렛파킹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 서울 강남과 경기도 성남 판교에 몰려있는 스타트업 기업들도 직원 중심으로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어가는 곳이 많다.
인터넷 교육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한 스타트업 기업은 구글처럼 주방에 식재료를 구비했다. 직원들은 점심시간이면 직접 요리한 음식이나 가져온 도시락으로 동료와 함께 먹는다. 생맥주도 마실 수 있다. 출퇴근 시간도 자유롭다.
팔로알토(캘리포니아)=글·사진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복지 홍보하는 구글, 기술 내세우는 삼성… 뭣이 중헌디?
입력 2016-10-08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