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이루고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집단에만 계급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바람도 풍속에 따라 계급이 부여되고 이에 따라 존재감과 파괴력이 달라진다. ‘풍력계급’은 1805년 영국 해군제독 보퍼트가 고안하여 사용되다 1947년 현재의 총 13개 등급으로 수정되어 사용되고 있다. 이는 지상 약 6m에서 부는 바람의 강도가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결정되는데 가장 낮은 단계인 풍력계급 0은 ‘고요’로 풍속이 1.6㎞/h 이하이다. 그에 반해 중간인 풍력계급 6 ‘된바람’은 큰 나뭇가지가 흔들리며 우산을 펴기 힘든 약 40∼50㎞/h의 풍속을 보이며, 가장 높은 풍력계급12는 모든 것을 삼키는 ‘싹쓸바람’으로 풍속 120㎞/h 이상인 바람에 부여된다.
풍력계급 12에 이르는 바람에는 ‘태풍’ ‘허리케인’ ‘사이클론’ 그리고 ‘토네이도’로 구성된 4형제가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중앙부가 저기압을 이루고 이를 중심으로 강한 회전력을 지니며 빠른 속도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이들 중 온대지역에서 발생하는 토네이도를 제외한 나머지 3개는 열대 해양에서 발생하는데 규모, 이동거리 그리고 생성 후 소멸되는 시간 등에서 차이를 보인다.
여름과 가을에 태평양에서 발생하여 아시아대륙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은 많은 비를 포함한다. 시간당 평균 40㎞ 정도의 속도로 이동하고 규모에 편차가 있으나 직경이 1500㎞를 넘기도 하며 생애가 수주일에 이른다. 그러나 대서양에서 형성되어 북중미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허리케인은 평균 시속 약 30㎞의 이동속도를 보이고 1주일 정도 후 소멸된다. 인도양에서 발생하는 폭풍 사이클론은 그 규모에 있어 태풍이나 허리케인보다 작지만 큰 홍수피해를 야기한다. 토네이도는 온대지방에서 기원하는 깔때기 모양의 강력한 회오리바람으로 그 수명이 일반적으로 짧으며 우리나라에선 바다에서 이와 비슷한 ‘용오름’ 현상이 나타난다.
최대풍속 약 180㎞/h의 18호 태풍 차바가 엄청난 피해를 일으켜 남부지방의 고통이 크다. 태풍의 규모와 영향 그리고 이에 따른 피해를 결정짓는 것은 자연의 몫이나 그 고통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함께 치유하는 지혜를 발휘할 때다.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
[사이언스 토크] 태풍, 자연과 인간의 몫
입력 2016-10-07 1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