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차장으로 들어서자 발레파킹 요원들이 재빠르게 다가온다. 차 키를 건네고 로비로 들어서니 편안한 의자 앞 테이블엔 방문객을 위한 사탕이 놓여 있다. 하지만 유리로 막혀 있는 저 너머 별세상으로 들어가는 건 쉽지 않다. 신상 내역을 적고 신분증도 제시해야 한다. 잠시 후 직원이 나와 보안 시스템을 해제하자 문이 열린다. 별세상이다. 나무들이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있고 그 아래 선베드에 사람들이 앉아 있다.
별세상의 깊숙한 곳에선 더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거리를 따라 양옆으로 늘어선 2층 건물 곳곳에 이발소와 오락실, 아이스크림 가게와 직접 가구를 만들 수 있는 목공소가 있다. 직원과 메뉴판은 있지만 가격은 없다. 모든 게 공짜다. 여기는 페이스북 세상, 미국 캘리포니아 멘로 파크의 해커웨이 1번지다.
#2. 나지막하지만 최신식으로 지어진 2∼3층 건물들과 울창한 나무, 잘 꾸며진 정원에는 야외 테이블과 벤치가 놓여 있다. 선베드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 모습은 페이스북 멜론 파크를 떠올리게 한다. 테이블에 앉아 뷔페 식당에서 가져온 전 세계 다양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은 급한 게 없어 보인다. 저 멀리 높이 2m의 티라노사우르스 화석이 나무 아래에서 먹잇감을 찾듯 노려보고 있지만 신경쓰는 사람은 없다.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앰피시어터 파크웨이 1600번지에 있는 이곳은 인터넷 공룡이라 불리는 구글의 본사 ‘구글 플렉스’다.
지난 5월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The World’s Most Valuable Brands)’ 순위를 발표했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각각 2위와 5위에 올랐다. 두 회사의 브랜드를 세계 최고로 만든 것은 무엇일까. 이들 회사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 것은 무엇일까.
사람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구글 본사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고 있는 폴 푸에디는 “구글은 직원 개개인의 가치를 높이는 게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준급 요리사와 바리스타가 있는 구내식당이나 이발소·목공소를 무료로 이용하는 것만이 페이스북이나 구글 직원이 되는 혜택의 전부는 아니다. 개성을 존중하고 개인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보장해주는 회사의 방침이 더 큰 메리트다.
대표적인 게 구글의 20% 문화다. 업무시간 중 20%는 회사 일이 아니라 개인 프로젝트에 쓰라는 방침이다. 파묻혀 있던 회사일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프로젝트에 잠깐이라도 몰두하면 창의력이 샘솟는다는 게 이유다. 초록, 노랑, 파랑, 빨강 등 구글의 상징색이 칠해진 자전거가 구글 플렉스를 달리게 된 것도 20% 문화를 향유한 구글 직원의 작품이다.
페이스북도 다르지 않다. 직원 복지를 위한 처우는 파격적이다. 일을 하다 지겨우면 오락실에서 조이스틱을 쥔 채 ‘스트리트 파이터’를 즐길 수 있다. 지난해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은 경비 직원을 복리후생 혜택 100%를 보장받는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페이스북은 아이스크림 가게, DIY 숍 그리고 오락실 직원들과 관리인들의 시급을 15달러(약 1만7000원)로 인상했다.
물론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1위 기업인 애플이나 구글, 페이스북 등 브랜드 가치 5위 자리에 포진한 이들 기업이 창출한 이익은 공장이나 토지와 같은 유형자산이 아니라 기술 표준과 특허, 고객·협력업체 네트워크 같은 무형자산에서 비롯됐다. 한번 개발하면 추가 비용이 거의 없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는 특성 때문에 직원들은 큰 혜택을 받지만 무형자산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경쟁사들이 범접할 수 없는 높은 진입장벽을 세웠다. 진입장벽은 다시 임금과 복지 혜택의 격차를 더 벌렸다.
팔로알토(미 캘리포니아주)=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구글·페북, 직원 띄우니 회사가 뜬다
입력 2016-10-08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