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에서 역전골이 필요한 순간, 해결사 역할을 한 선수는 ‘손샤인’ 손흥민이었다. 후반 12분 손흥민은 기성용의 패스를 받아 오른발 슈팅으로 카타르 골문을 활짝 열었다. 카타르의 ‘침대 축구’를 걱정하며 속을 태우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도 만세를 불렀다. 한국은 카타르에 승리를 거뒀지만 뒷맛은 영 개운치 않았다.
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카타르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3차전. 한국은 손흥민의 역전 결승골을 앞세워 3대 2로 이겼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2승1무를 기록했다. 태극전사들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11일 오후 11시45분(한국시간) 이란 테헤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강호 이란과의 4차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공격적인 4-1-4-1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최전방 원톱 공격수로 석현준이 출격했다. 공격 2선에 손흥민과 기성용, 구자철, 지동원이 포진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정우영이 나섰다. 포백라인엔 홍철, 홍정호, 김기희, 장현수가 섰다. 골문은 김승규가 지켰다.
한국은 경기 주도권을 잡고 침착하게 밀어붙이는 전술로 카타르를 상대했다. 개인기는 좋지만 조직력이 약한 ‘용병 군단’ 카타르는 선수비-후역습 전술을 들고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아니었다. 수비라인을 올린 채 과감하게 한국에 맞섰다.
기다렸던 한국의 선제골은 전반 11분에 터졌다. 주장 기성용은 페널티지역 외곽 왼쪽에서 손흥민의 패스를 받아 강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 오른쪽 아래를 뚫었다. 그러나 한국은 ‘침대’를 치우고 적극적으로 역습에 나선 카타르에게 전반 16분 페널티킥 동점골(하산 알 하이도스)을 허용했다. 홍정호는 페널티지역에서 우루과이 출신 귀화 공격수 세바스티안 소리아의 돌파를 막다 파울을 범해 경고를 받으며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한국의 공수 밸런스는 엇박자를 냈다. 공격진은 활발하게 소통하며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골 감각이 절정에 오른 손흥민은 왼쪽 측면 공격을 주도했다. 손흥민은 부지런히 공간이 찾아 움직이며 슈팅 기회를 잡았다. 상대 수비수들이 자신에게 붙으면 벌어진 공간으로 침투하는 동료들에게 볼을 공급했다. 하지만 수비라인은 불안했다. 개인기가 좋은 카타르의 역습을 효과적으로 막아내지 못했다.
동점을 허용한 한국은 공수 라인을 올려 추가골 사냥에 나섰다. 그러나 볼의 흐름은 뻑뻑했다. 한국은 결국 전반 45분 결국 역습을 당한 상황에서 추가골을 내줬다. 이번에도 소리아를 막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소리아는 문전 혼전 상황에서 가벼운 오른발 슈팅으로 그물을 흔들었다. 한국은 1-2로 뒤진 채 전반을 마쳤다.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석현준을 빼고 장신 공격수 김신욱을 투입해 변화를 꾀했다. 경기 흐름이 달라졌다. 후반 10분 김신욱이 페널티지역 중앙에 있던 지동원에게 헤딩 패스를 했고, 지동원은 오른발 슈팅을 날려 동점골을 넣었다. 역전골은 2분 후 손흥민의 발에서 나왔다.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때린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 왼쪽을 뚫었다.
후반 20분 변수가 발생했다. 홍정호가 소리아를 막는 과정에서 파울을 범해 또 경고를 받았다. 주심은 홍정호에게 레드카드를 꺼내 퇴장을 지시했다. 이날 주심의 판정은 한국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수적 열세에 몰린 한국은 카타르의 파상 공세에 시달렸지만 실점하지 않고 그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불안한 수비는 여전히 슈틸리케호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2014년 9월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하고 처음으로 거둔 역전승에 진땀을 쏟았다. 그는 경기를 마치고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최종예선에서 쉬운 경기는 없다. 역전을 당하고 재역전한 우리 선수들의 정신력을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홍정호가 퇴장을 당한 뒤) 수적 열세로 어려웠지만 측면을 잘 활용했다. 방향 전환도 잘 이뤄져 만족했다”며 “지금까지 역전승을 거둔 적이 없었다. 선수들에게 큰 자신감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란 원정을 앞두고 자신감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수원=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해결사 손’, 발끝으로 끝냈다
입력 2016-10-07 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