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조폭 연루 ‘보드카페 도박장’ 대규모 수사

입력 2016-10-07 04:05

서울 강남 일대에서 보드게임 카페를 빌려 불법 도박장을 운영한 조직에 대해 검찰이 대규모 기획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런 변종 도박장들이 조직폭력배의 새로운 자금줄로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폭력조직 연루 가능성을 집중 수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김후균)는 보드카페로 위장해 불법 도박장을 운영한 30여명을 도박장소개설 혐의 등으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6일 밝혔다. 이 중 5명은 이미 구속 기소했으며, 7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수사 선상에 오른 강남지역 보드카페만 20곳 이상이며, 누적 판돈 규모는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합법적 보드카페가 밤에는 도박장으로 운영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 지난 3월부터 기획수사에 들어갔다.

검찰 조사 결과 도박장 개설자들은 영업수익이 나지 않는 보드카페를 노려 은밀히 판을 짰다. 보드카페 주인은 도박장소로 빌려주고 추가 수입을 얻을 수 있어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최근 구속 기소된 최모(34)씨의 경우 이런 방법으로 보드카페를 빌려 서울 강남·서초구 등지에서 도박장 4곳을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보드카페에 환전용 칩과 카드를 구비하고, 전문 딜러와 카페 서빙 직원까지 고용해 도박판을 벌였다.

불법 도박장에선 7장의 카드를 이용해 가장 높은 배열을 완성한 사람이 이기는 방식의 ‘텍사스 홀덤’이란 카드 게임을 주로 했다. 이 게임은 규칙이 간단하고 회전이 빨라 해외 카지노 등에서도 인기가 높다. 도박장을 찾는 사람은 주로 유학파 출신의 20∼30대, 의사나 교수 등 전문직 직장인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곳을 ‘보드방’이라 부르며 기존 ‘보드게임방’과 구분해 사용했다.

최씨는 수사기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현장에서의 거래는 현금 대신 무조건 칩을 사용토록 했다고 한다. 도박자들은 미리 지정된 계좌에 판돈을 입금한 뒤 판돈이 떨어지면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으로 다시 판돈을 채워 칩으로 교환받는 식으로 참여했다. 이렇게 최씨에게 입금된 판돈 규모는 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최씨가 이 돈의 10%를 수수료 명목으로 챙긴 것으로 본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최소 2개 이상의 폭력조직이 연결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박장 관리 등을 맡으면서 수수료로 돈을 챙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이들 중엔 도박장을 직접 운영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위장 보드카페가 폭력조직의 신종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도박장을 중심으로 관련자 자금 흐름을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우후죽순 생기는 신종 도박으로까지 폭력조직이 자금원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며 “단순 도박장 개설 행위만 처벌해서는 ‘불법 보드방’ 근절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그 배후에 있는 비호 폭력조직 등으로 수사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글=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