代 이은 소방관, 주민 구하다 끝내…

입력 2016-10-06 21:45 수정 2016-10-07 00:53
울산 온산소방서 소속 강기봉 소방사의 빈소가 6일 오후 울산영락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가운데 동료 소방대원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뉴시스

“부자(父子) 소방관의 꿈을 이룬 새내기 소방관이었는데 결국 주검으로 돌아오다니….”

태풍 ‘차바’가 몰고온 집중호우로 구조활동에 나섰다가 실종된 강기봉(29) 소방사가 숨진 채 발견돼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부친의 뒤를 이어 소방관의 길에 들어선 지 1년6개월만에 현장에서 순직한 것이다.

울산 온산소방서 소속 강 소방사는 5일 낮 12시10분쯤 울주군 청량면 회야댐 정수장 인근 마을로 출동했다. 태풍으로 마을 주민 일부가 고립되었다는 신고를 받고 주민들을 구조하기 위해 투입된 것이다. 당시 울산에는 곳에 따라 시간당 124㎜에 달하는 ‘물폭탄’이 쏟아졌다.

강 소방관과 구조대원은 마을 주택 옥상에 고립된 주민을 구하기 위해 퇴로를 확보하던 중 강물이 급격히 불어나면서 강 대원이 물살에 휩쓸려 갔다.

함께 출동했던 동료 소방관 2명은 2㎞ 정도 떠내려가다가 전봇대 등을 붙잡고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고립됐던 마을 주민들도 무사히 대피했다.

하지만 강씨는 다음날 오전 11시10분 울산 울주군 온양읍 회야강 기슭에서 실종 11시간 만에 주검으로 발견됐다. 실종지점인 회야댐 정수장과 3㎞가량 떨어진 곳이다.

고향이 제주도인 강 소방사는 지난해 4월 온산 119안전센터 임용된 새내기 소방관이다.

그는 의욕적이고 붙임성 좋은 성격으로 동료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온산소방서 관계자는 “강 대원은 구조 현장에서 아무리 위험한 상황이 있어도 자기 몸을 사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구조 활동에 뛰어들던 용감한 대원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강 소방사는 30년 넘게 구조현장을 누빈 아버지 강상주(62)씨의 뒤를 이어 소방에 입문했다. 그의 부친은 1983년부터 2014년 6월까지 31년 동안 소방관으로 일했고 제주서부소방서에서 소방령으로 정년퇴직했다.

아버지가 퇴임한 지 1년도 안돼 아들도 소방관이 된 것이다.

아버지 역시 모든 동료가 좋아하던 소방관이었다. 특히 강 소방사의 아버지는 소방활동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녹조근정훈장을 받기로 했다.

강씨는 미혼으로 가족으로는 부모와 여동생이 있다. 고인의 빈소는 울산영락원에 마련됐다. 비보를 접하고 강 소방사의 고향인 제주에서 울산으로 달려온 가족과 친구들은 오열했다.

장례는 오는 10일 울산광역시장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고인에게는 옥조근조훈장이 추서될 예정이다.울산=조원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