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장이 무너집니다. 앞으로 살아갈 길을 생각하면 죽고 싶을 심정입니다.”
제18호 태풍 ‘차바’로 사상 초유의 피해를 입은 울산. 10월 기준으로 71년 만에 가장 많은 양의 ‘물폭탄’이 쏟아진 울산의 상처는 상상을 초월했다. 6일 찾은 중구 우정동 일대와 태화시장은 물바다가 된 흔적이 그대로 남아 도심속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도로 곳곳에는 떠내려온 가전제품과 차량들이 널부러져 있었고 물에 젖어 버려진 물건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태화시장은 아직도 물에 잠긴 상태였다. 울산 태화강 범람이 남긴 상처들이다.
150여개의 상점이 몰려 있는 시장의 상인들은 가구, 가전제품, 침구류 등 물에 잠긴 가재도구 등을 온통 길거리로 내놓고 청소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일부 상인들은 양동이로 물을 퍼나르기에 바빴고 옷가게를 운영하는 상인들은 흠뻑 젖은 옷들을 건져내 이리 저리 비틀며 물기를 짜냈다.
우정동에서 60년째 살고 있다는 김상순(71)씨는 “난생 처음으로 이런 물난리를 겪어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면서 “매번 하는 땜질식 공사보다 수해를 예방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바’가 할퀸 상처는 컸지만 치유를 위한 복구의 손길도 답지하고 있다. 울산 지역 자원봉사 400여명에다 대구, 경남, 경북 등에서 몰려온 자원봉사자 300여명 등이 복구에 구슬땀을 흘렸다. 울산시와 구·군도 4000여명의 공무원과 포크레인, 지게차 등 중장비를 동원해 피해가 심한 태화시장, 우정시장, 태화강 둔치 등에서 복구와 정비에 나섰다. 민·관·군이 하나가 되고 있는 것이다.
역시 큰 피해를 본 부산도 태풍 피해의 아픔을 딛고 복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운대 마린시티와 해운대·광안리·송도해수욕장 일대에는 시민과 공무원, 군·경 등이 이날 본격 복구작업에 나섰다. 육군 53사단 장병 600여명은 해운대해수욕장 등에서 시민, 공무원들과 함께 하루 종일 복구에 비지땀을 흘렸다. 복구에는 덤프트럭과 포크레인, 페이로더 등의 장비가 동원됐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차바’로 인한 인명피해는 사망 7명, 실종 3명으로 집계됐다. 이재민은 오전 11시 기준으로 90세대 198명이 발생했다. 정부는 울산, 부산 등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울산·부산=조원일 윤봉학 기자 wcho@kmib.co.kr, 사진=곽경근 선임기자
집도 억장도 무너진 ‘전쟁터’… 민·관·군 복구 구슬땀
입력 2016-10-07 0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