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작 ‘춘몽’ 장률 감독 “관객에 다가간 작품… BIFF, 좋은 영화제로 남길 바래”

입력 2016-10-07 00:03
강수연 집행위원장, 양익준 감독, 장률 감독, 배우 한예리, 이주영(왼쪽부터) 등이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 컨벤션홀에서 열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춘몽’ 기자회견에 나와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혹독한 성년식을 치른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우여곡절 끝에 막을 올렸다. 영화제 안팎 갈등이 완전히 봉합되지 않은 상태이고 태풍에 상처도 입었지만 그래도 축제는 계속된다. 오는 15일까지 열흘간 이어지는 올해 영화제는 69개국에서 초청된 299편의 작품을 선보인다.

개막작은 장률 감독의 ‘춘몽’, 폐막작은 이라크 후세인 하싼 감독의 ‘검은 바람’이 각각 선정됐다. 이는 한국 영화와 아시아 영화에 대한 부산영화제의 변함없는 애정과 지지를 의미한다고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설명했다. 한국영화가 개막작으로 선정된 건 송일곤 감독의 ‘오직 그대만’(2011) 이후 5년 만이다.

개막일인 6일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 센텀캠퍼스 컨벤션홀에서 열린 개막작 기자회견에서 장률 감독은 “보통 영화제의 개막작은 무겁지 않고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을 선정하는데 다소 난해한 우리 영화가 선택돼 의아했다”면서 “전작들보다 조금 더 관객에게 다가가려 한 노력이 통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개막작 시사를 통해 첫선을 보인 ‘춘몽’은 한 여자와 그를 맴도는 세 청년의 이야기다. 여배우 한예리와 세 명의 현직 남자 감독들이 함께 연기했다. ‘무산일기’(2010)의 박정범 감독, ‘똥파리’(2008)의 양익준 감독,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2011)의 윤종빈 감독이 빛나는 연기력을 선보였다.

네 사람은 영화에서 실명을 그대로 쓴다. 저마다 결핍이 있다. 소박한 술집을 운영하는 예리는 전신이 마비된 아버지를 살뜰히 돌보며 살아간다. 부모 없이 고아원에서 자란 익준,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탈북자 정범, 지능이 좀 떨어지는 간질 환자 종빈이 예리를 가운데 놓고 계속 맴돈다.

옌볜 출신인 예리는 고향을 그리워하면서도 하루하루 꿋꿋이 살아간다. “내 남자들”이라고 칭하는 세 친구들에게 힘과 위로를 얻는다. 기댈 곳 없는 팍팍한 현실 속에서 그녀가 웃을 수 있는 유일한 이유다. 서로가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영화는 꿈인 듯 현실인 듯 몽롱한 분위기 속에서 전개된다. 네 사람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리면서 사회적인 메시지를 곳곳에 심었다. 소박한 서울 수색동과 번쩍번쩍하게 개발된 DMC 전경의 대비가 씁쓸하다. 막바지에는 삶과 죽음에 관한 질문을 넌지시 건넨다. 전체적으로 난해한 편이지만 그렇다고 무겁지만은 않다.

영화제의 문을 연 장률 감독은 개막 지지 의사를 밝혔다. 푸르른 소나무가 그려진 올해 부산영화제 공식 포스터를 언급하면서 “포스터에 담긴 그 정서와 태도에 동의한다. 부산영화제가 좋은 영화제로 남았으면 좋겠다. 작품을 찍어 부산영화제에 와서 영화 팬들을 계속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양익준은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강조했다. 그는 “자식이 독립을 했으면 자식의 선택을 지켜봐주셔야 하지 않나.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왜 자꾸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머리가 너무 아프다.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얘기했다.

부산=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