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잇달아 터진 영남권 악재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신공항 사업 백지화, 사드 배치 논란에 이어 지진 태풍 등 천재(天災)까지 겹치자 전통적 지치층 민심 이반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다.
새누리당은 6일 태풍 차바의 피해가 극심한 지역을 조속히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할 것을 촉구했다. 피해 지역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 지원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오후에는 부산에서 긴급 당정 현장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하기도 했다.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지원 절차가 추진 중이라도 우선 지자체 차원에서 선(先)복구 조치가 이뤄지도록 중앙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자체에 협조해주길 당부한다”고 했다.
새누리당의 총력 대응은 우선 집권여당으로서 민생 현안 챙기기에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측면이 있다. 당 내부적으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부산·경남(PK)과 대구·경북(TK) 지역 민심 이탈을 초래할 수 있는 대형 악재가 속출한 만큼 위기감이 커진 탓도 있다. 초유의 ‘국감 보이콧’을 벌이며 민생 현안을 외면했다는 비판 여론이 고조됐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안팎에선 이미 4·13총선에서 나타난 영남권 지지층 이탈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부산에서 야당에 5석을 빼앗겼고 여권의 심장부인 대구에까지 야당 깃발이 꽂힌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앞으로도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의 여파까지 엄습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여당의 텃밭 민심이 흔들릴 요인이 기다리고 있다. 당 관계자는 “여당 지지층이 공고한 지역이지만 악재가 계속 겹치기 때문에 당 차원에서 민심 달래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여권 잠룡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로 일본을 방문 중인 김무성 전 대표는 귀국하는 대로 부산 지역으로 달려갈 계획이다. 유승민 의원은 이날 부산대 강의에 앞서 부산 해운대 지역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새누리당은 거대(巨大) 야당이 시급한 민생 현안보다는 정치공세에 매달리고 있다는 주장도 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전날 야3당이 농민 백남기씨 사망사고 특검 수사요구안을 제출한 것을 거론하며 “북핵, 경제 위기에 태풍 피해로 나라 안팎이 어려운 상황에서 의회권력을 차지한 야당이 겨우 힘자랑에 골몰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야당은 미르·K스포츠재단과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 문제 등 여권의 심장부를 겨냥한 의혹 제기에 쏠린 시선을 분산시키려는 의도라고 의심하고 있다. 여당의 ‘민생 외면’ 공격을 염두에 둔 듯 더불어민주당은 태풍 피해 대책을 마련하는 데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긴급 당정회의를 열며 발 빠르게 대응한 정부·여당을 이례적으로 칭찬하며 “집권당다운 모습”이라고 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이슈분석] “영남 민심 안 좋은데 어이하나”… 與 전전긍긍
입력 2016-10-07 00:48 수정 2016-10-07 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