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청년실업난 ‘헬조선’ 불만 큰데… 외교부 산하기관들 ‘묻지마 채용’

입력 2016-10-07 04:03
외교부 일부 산하기관이 신입사원을 뽑을 때 정확한 심사 기준 없이 ‘묻지마’ 서류 심사를 하고 필기시험도 치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극심한 청년 실업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채용 절차에 대한 사회적 열망이 뜨거운 상황에서도 ‘깜깜이 채용’을 이어온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이 6일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서 밝혀졌다.

외교부 산하기관인 재외동포재단은 지난해 4월 직원 2명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필기전형 없이 서류전형과 면접전형만으로 직원을 뽑았다.

특히 서류전형 심사 과정에서 재단은 뚜렷한 심사 기준도 없이 심사위원 간 다득표로만 합격자를 추렸다. 게다가 심사위원 5명은 전원 내부직원으로만 구성됐다. 필기시험도 없었다. 객관성과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없다 보니 마음만 먹으면 ‘특혜채용’이 얼마든지 가능한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외동포재단의 인사규정은 직원을 채용할 때 시험성적, 실적 등 객관적 자료 평가 기준에 의해 진행돼야 한다고 못 박고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은 것이다. 재외동포재단은 전 세계 718만명이 넘는 재외동포들에 대해 민족 유대감 조성과 거주국에서의 지위 향상을 목표로 만들어진 기관이다. 주철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재단 관계자는 “직원을 1∼2명씩만 뽑다 보니 비용이 많이 드는 필기시험을 치르기에 예산이 빠듯하다”며 “올해부터는 새로운 채용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고 했다.

외교부 다른 산하기관인 한국국제교류재단도 지난해 일부 직원 채용 과정에서 점수와 같은 객관적 지표 없이 서류심사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서류전형 심사위원회조차도 구성하지 않고 인사담당자나 부서장이 서류심사를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산하기관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에서도 지난해 2월 신규직원 채용 과정에서 지원자 4명의 최종 면접 점수가 잘못 집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코이카 관계자는 “면접 점수를 (면접관들이) 수기로 적고 이를 전산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일부 실수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당락이 뒤바뀔 정도의 사고는 아니었다”면서 “면접관들이 곧바로 전산으로 점수를 입력하는 시스템으로 개선했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외교 관련 기관들은 많은 청년들이 선망하는 직장 중 하나”라면서 “채용 과정에서 공정성·투명성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