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년 대선을 겨냥한 경제·복지 정책을 전격 발표했다. 저출산 고령화 해법으로 ‘치매 국가책임제’와 아동수당 및 신혼부부 반값 임대주택 지원 등을 제시했다. 또 법인세 정상화와 재벌개혁을 자신의 ‘국민성장론’ 과제로 내세웠다. 일찌감치 정책 비전을 제시, 준비된 주자로 이미지를 굳히는 동시에 야권 내 다른 후보군과 확실한 차별화를 이루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문 전 대표는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자신의 대선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가칭) 창립 준비 심포지엄 기조발언을 통해 대선용 경제·복지 공약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중도지향과 외연확장을 공언한 만큼 첫 번째 화두는 그동안 보수진영 의제였던 경제와 성장이었다. 그는 “이제 ‘국민이 돈 버는 시대’를 열어야 한다”며 “정권교체와 함께 반드시 ‘경제교체’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방식은 다르다. 문 전 대표는 국민성장론의 대표 과제로 재벌지배구조 및 특권구조 개혁을 내세웠다. 그는 “재벌은 우리 경제성장의 견인차지만, 불공정경제의 원천이 되고 있다”며 지주회사 의무소유비율 강화 등 재벌개혁 법안의 전향적 검토를 주문했다. 법인·자본소득 과세 정상화와 특혜적 비과세감면 폐지도 천명했다. 또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및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 개편, 동일노동·동일임금 보장 등도 강조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요약되는 복지 정책은 한층 더 강화됐다. 문 전 대표는 “심각한 인구절벽이 당장 내년부터 시작된다”며 “(지금은) 선별복지나 보편복지를 따질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아동수당을 도입하고, 그린벨트 지역을 사용해서라도 신혼부부에게 일정기간 반값 임대주택을 제공하자고 했다. 또 자녀의 출생부터 대학졸업까지 국가가 보육과 교육, 의료를 책임질 것과 국가가 치매 환자를 책임지는 ‘치매 국가책임제’ 실현을 약속했다.
문 전 대표는 지역분권을 위한 ‘혁신도시 시즌2’도 제안했다. 노무현정부의 핵심과제를 계승하겠다는 것으로 선도기업과 대기업 본사 등의 지방이전 추진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당내엔 비판적 시각도 있다.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는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성장 측이) 성장과 경제민주화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고 상당히 거창하게 말을 하지만, 경제민주화는 성장에 지장을 주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경제민주화에 대한) 이해가 잘못돼 있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문 전 대표가 복지논쟁을 미리 정리하려는 것 같다”며 “북핵 등 안보위기 상황에서 복지논쟁 조기점화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는 “성장과 경제민주화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라며 “‘국민성장’은 경제민주화까지 포함한 성장담론”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심포지엄엔 연구소장을 맡은 서강대 국제대학원 조윤제 교수와 상임고문인 한완상 전 교육부총리, 자문위원장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부소장 조대엽 고려대 노동대학원장 등 정·관계 및 학계 인사 600여명이 참석했다.
최승욱 고승혁 기자 applesu@kmib.co.kr, 사진=김지훈 기자
“정권교체 & 경제교체”… 문재인의 대권 청사진
입력 2016-10-07 00:46 수정 2016-10-07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