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누진제가 서울중앙지법의 요금 반환 청구소송 원고패소 판결로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법원 판결이 정부의 누진제 개편에 어떤 영향을 줄지, 유사한 소송이 진행 중인 다른 법원의 판결은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98단독 정우석 판사는 법무법인 인강 곽상언 변호사 등 17명이 한전을 상대로 제기한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누진체계의 적정 범위나 한도가 관련법에 명시적으로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주택용 전기요금약관이 위법하다고 판단할 수 없다는 게 패소 판결 이유다.
학계와 시민단체에서는 전기요금 원가를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법원이 기각 결정을 내린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전기요금의 총괄원가가 얼마이며 어떻게 산정됐는지, 또 누진구간과 누진율이 어떻게 정해졌는지 알 수 없는데 전기요금이 산정기준을 위반했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 학계는 한전에 전기요금 원가 공개를 요구해 왔지만, 총괄원가 세부내역은 아직 확인된 적이 없다. 이 때문에 전기요금의 적정 가격을 산출해 합리적으로 전기요금 체계를 손질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은 전기요금 원가가 일종의 영업비밀이며 통상 문제를 유발할 소지가 있다며 공개를 반대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지난달 한전, 민간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늦어도 12월까지 전기요금 개편안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원가가 확인되지 않으면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한전의 원가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최근 국정감사를 통해 전기요금 원가와 관련된 정보가 일부 공개됐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은 기획재정부 예산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한전의 전력구입비가 지난해 ㎾당 90.83원이었던 것이 올해는 82.51원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했다. 단가 하락으로 구입량은 지난해보다 1%가량 늘었지만 총 구입가격은 지난해 46조원에서 올해 42조원으로 내려갔다. 판매가격도 산업용 등 다른 전력 요금은 조금씩 인하됐다. 하지만 주택용 판매단가만 127.42원에서 130.94원으로 상승했다.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박정 의원(더민주)은 주택용의 경우 사용량 비중보다 전기요금 비중이 높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사용하는 것에 비해 가격이 높다는 반증이다. 산업용은 사용량 비중이 전기요금 비중보다 높았다.
이날 한국경제연구원이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개최한 ‘전력시장 선진화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 세미나에서도 윤원철 한양대 교수는 “전력요금 누진제 개편 논의의 핵심은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되찾는 구조적인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라며 “한국전력은 전력원가를 공개할 필요가 있으며 요금제의 경우 변경을 넘어서서 전기 판매시장의 구조적인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전기 원가 확인 않고 판결, 논란 키웠다
입력 2016-10-06 1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