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숙(56·여)씨는 2007년부터 애경이 판매한 가습기 살균제 ‘이플러스’를 사용했다. 피해 증상은 이듬해 8월 나타났다. 교회에 가다 숨을 쉬기 힘들어져 주저앉았다. 그때부터 증상이 나빠지면 입원하고, 좀 나아지면 퇴원하는 ‘중환자실 생활’이 반복됐다. 박씨는 중환자실 입원만 아홉 번을 했다.
그런데도 박씨는 2013년 가습기 살균제 3차 피해조사에서 ‘3등급 피해자’ 판정을 받았다. 그는 정부 모니터링 대상이지만 치료비 지원을 일절 받지 못한다. 현재 박씨 폐 기능은 정상인의 12% 정도만 남아 있다. 살 수 있는 방법은 폐 이식뿐이다. 1억5000만∼2억원이 드는 수술이다. 화물차를 운전하는 남편이 유일한 소득원이다보니 박씨는 선뜻 수술하겠다고 나서지 못한다.
정부가 3, 4등급 피해자 지원을 결정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동안 피해자들은 치료비에 짓눌리고 있다.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와 폐섬유화의 연관성은 인정한다. 하지만 다른 종류의 폐 질환, 폐 이외 기관 질환과의 관련성을 부인해 왔다.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쓰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론/메틸이소티아졸론(CMIT/MIT)이 폐 이외 기관에서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보고서가 공개되고 나서야 정부는 지난 5월 ‘폐 이외 질환 검토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4개월 가까이 지났는데도 검토위원회는 가습기 살균제와 폐 이외 질환의 연관성을 여전히 ‘검토 중’이다. 정부는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피해자 추가 지원은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6일 “비염, 천식 등 호흡기 질환에 대해서는 내년 초쯤 결론이 나올 것”이라며 “그 외 질환은 내년 말쯤 결론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때 국회에서 3, 4등급 피해자 등을 대상으로 ‘긴급 지원’을 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이마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지난달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옥시레킷벤키저가 출연한 50억원을 긴급한 진료가 필요한 피해자 지원에 우선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가습기 살균제 모니터링 대상을 4등급까지 확대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조경규 환경부 장관은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윤성민 오주환 기자 woody@kmib.co.kr
“폐 이외 질환에 대한 검토 결과 내년에 나온다” 피해자 피 마르는데… 정부는 ‘검토 중’
입력 2016-10-06 18:00 수정 2016-10-06 2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