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가안보국(NSA)의 1급 기밀 정보를 절취한 혐의로 컨설팅 업체 소속 파견 직원이 체포됐다. 유출된 기밀 중에는 북한을 해킹하기 위한 컴퓨터 코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2의 에드워드 스노든 사건’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은 컨설팅 업체 부즈앨런해밀턴 직원 해롤드 마틴(51)을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마틴은 NSA에 파견 근무하던 당시 국가기밀을 유출·보관하고 국가재산을 절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FBI는 지난 8월 27일 마틴의 메릴랜드주 자택과 차량을 압수수색하고 최고 등급의 기밀 정보가 담긴 문서 수천장과 디지털 저장장치 수십개를 확보한 뒤 마틴을 체포했다.
아직까지 이 사건을 둘러싼 많은 것이 밝혀지지 않았다. FBI는 마틴이 유출·보관한 기밀 정보가 무엇인지 함구하고 있다. 법무부가 “마틴이 2014년 정부기관에서 제작한 기밀 정보 6건을 보관하고 있었다”고 언급했을 뿐 마틴의 범행 동기는 물론 기밀 정보가 제3자에게 건네졌는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NSA는 마틴이 기밀 정보를 취급했다는 것 외에 유출 시점, 재직 기간, 소속 부서, 담당 업무도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마틴의 변호인은 “마틴은 국가를 사랑한다”며 “국가를 배신할 의도가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변호했다.
NYT는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마틴이 유출한 자료 중에는 북한, 이란, 중국의 네트워크 시스템에 침투해 해킹 공격을 하기 위해 NSA가 개발한 사이버 무기의 소스코드가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소스코드는 소프트웨어의 내용을 프로그래밍 언어로 기술한 일종의 설계도다.
때문에 마틴이 러시아 해킹조직과 연계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마틴이 체포되기 불과 12일 전인 지난 8월 15일 러시아에 거점을 둔 해킹조직 ‘섀도 브로커스(shadow brokers)’가 NSA의 최정예 해킹조직으로 알려진 ‘이퀘이션 그룹(equation group)’의 해킹 툴을 해킹했다고 주장했고, 이후 FBI가 관련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마틴이 부즈앨런해밀턴 소속으로 NSA에서 기밀 정보를 유출했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에드워드 스노든(33)은 2013년 6월 NSA의 무차별적인 통신감청·정보수집 프로그램 ‘프리즘’을 폭로하고 러시아에 망명했다. 스노든 역시 부즈앨런해밀턴 소속으로 NSA에서 파견 근무했다.
마틴이 정치적 동기에서 기밀 정보를 유출했는지, 스노든 등 NSA의 기밀 정보가 언론이나 위키리크스를 통해 유출되는 과정에 마틴이 연루됐는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NYT가 정보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제2스노든?… 기밀유출 NSA 파견직 체포
입력 2016-10-07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