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폭스바겐의 ‘결함시정(리콜) 계획서’를 접수하고 검증 작업에 착수했다. 환경부는 지난 1월과 3월, 6월에 폭스바겐이 제출한 리콜 계획서를 ‘부실하다’는 이유로 반려했었다.
폭스바겐은 환경부에 네 번째로 제출한 리콜 계획서에서 배출가스 조작을 사실상 시인했다. 하지만 ‘임의설정’이란 용어 대신 ‘운행조건에 따라 두 가지 모드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 탑재’ 등과 같은 모호한 표현을 썼다. 민·형사상 책임을 회피하려는 ‘꼼수’로 보인다.
환경부는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폭스바겐이 제출한 티구안 2만7000대에 대한 리콜서류 검증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은 이번에 제출한 서류에서 시간·거리·냉각수온도 등 차량 운행조건에 따라 ‘두 가지 모드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사실 등 결함 원인을 명시했다.
환경부는 ‘두 가지 모드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란 표현이 임의설정을 시인한 것으로 판단했다. 앞서 환경부는 폭스바겐 측에 두 차례 공문을 보내 임의설정을 시인하라고 요구하고, 회신이 없으면 임의설정을 시인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통보했다. 폭스바겐 측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환경부는 임의설정을 시인한 것으로 간주했다. 홍동곤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은 “폭스바겐이 끝까지 임의설정이란 용어를 피하는 건 민·형사 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은 앞으로 5∼6주간 리콜적정성 여부를 검증한 뒤 다음 달 중순쯤 1차 리콜 검증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정부가 확인한 조작 차량은 15개 차종 12만6000여대다. 티구안을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리콜 계획서가 제출될 예정이다.
리콜의 핵심은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하면서도 연비가 떨어지지 않는지 여부다. 폭스바겐 차량 소유자들은 차량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홍 과장은 “1차 검증에서 승인이 나면 12월부터 리콜이 진행되지만 연비가 5% 이상 차이가 나거나, 큰 문제가 발견되면 추가검증 계획을 받아볼 것이다. 그 후에도 개선되지 않으면 차량교체 명령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폭스바겐이 배출가스를 조작하고 리콜 등 후속 조치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우리나라 대기환경에 끼친 악영향이 연간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환경부는 “폭스바겐은 배출가스를 조작해 우리 대기환경에만 연간 339억∼801억원의 피해를 입힌 것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이 금액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차량 12만6000대가 기준치를 초과해 배출한 질소산화물을 사회적 비용으로 환산한 것이다. 정부가 폭스바겐에 부과한 과징금 141억원을 크게 웃돈다.
때문에 환경부가 폭스바겐에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환경부는 민사소송을 포기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대기환경을 적정하고 지속가능하게 관리·보전하는 건 국가의 고유 업무여서 (정부가) 손해배상청구권을 갖지 않는다는 게 법률 자문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도경 홍석호 기자 yido@kmib.co.kr
폭스바겐 리콜 착수… 환경부 “임의조작 사실상 시인”
입력 2016-10-07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