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빠진 일본 기업들이 합종연횡을 하고 있다. 한때 아시아 최고 기술을 자랑하던 기업들이 해외 기업과의 합작에 적극 나서거나 오래된 라이벌과 손을 잡는다. 요미우리신문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후지쓰가 PC사업을 중국 레노버와 통합하는 방안을 최종 조율하고 있다고 6일 보도했다. 후지쓰는 일본에서 PC 점유율 2위지만 최근 스마트폰 때문에 고전 중이다. 2007년 881만대에 달하던 PC 출하량은 지난해 400만대까지 떨어졌다.
후지쓰는 미국 IBM의 PC사업을 인수하며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한 레노버를 이용해 PC사업을 이어갈 전략이다. 합작이 최종 결정되면 내년 3월부터 후지쓰 PC부문은 레노버와 공동 출자한 자회사가 맡는다.
30년간 치열하게 경쟁한 혼다와 야마하는 ‘HY전쟁’을 끝내고 한 배를 탔다. 두 라이벌은 저출산으로 인한 청년인구 감소와 전기자전거 보급으로 배기량 50㏄ 이하 스쿠터 수요가 눈에 띄게 줄자 위기감을 느꼈다. 지난해 일본에서 소형 스쿠터는 18만대 팔려 20년 전의 25%에 불과했다.
더욱이 환경 규제까지 강화되자 두 라이벌은 지난 5일 공동 기술개발·주문자생산방식(OEM)을 도입키로 했다. 야마하의 주력 모델 ‘조그(Jog)’와 ‘비노(Vino)’는 혼다의 구마모토 제작소에 위탁 생산하고, 새로운 모델을 공동 기획할 계획이다. 또 미래 먹거리인 전기자전거의 생산비를 절감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전자기기 제조업체 도시바는 국내외 기업과 공격적으로 동맹을 결성하고 있다. 도시바는 원전연료 사업이 원전 재가동 지연으로 적자에 빠지자 히타치제작소, 미쓰비시중공업 등 국내 경쟁사와 통합을 검토 중이다. 또 미국 하드디스크 생산업체 웨스턴디지털(WD)과 메모리반도체 공동개발에 약 16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경쟁사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맞선다는 구상이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후지쓰-레노버 PC부문 통합, 中·日 라이벌도 불황엔 ‘동지’
입력 2016-10-06 1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