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퀸’ 전인지(22·사진)는 6일부터 경기도 여주 블루헤런 골프클럽(파72·6680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3번째 메이저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 대해 “마치 오랜 추억이 담긴 집 같은 대회”라고 했다.
그만큼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은 지금의 전인지가 있게 만들어 준 고마운 대회였다. 2011년 함평고 2학년이었던 전인지는 김효주(21)와 함께 여자 골프 국가대표를 이끈 유망주였다. 하지만 그해 11월 전인지는 국가대표를 반납하고 프로 전향을 서둘렀다. 집안 사정이 그다지 좋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한 달에 수백만원씩 들어가는 레슨비와 연습장은 엄청난 부담이었다.
그래서 그해 가을 출전한 게 이 대회였다. 아마추어 초청선수로 출전한 그는 마지막날까지 선두를 질주했지만 3위에 머물며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다. 그 때 전인지의 장래를 알아보고 고교생에게 선뜻 스폰서를 해 주겠다고 한 곳이 하이트진로였다. 이후 전인지는 후원을 받아 안정적인 선수생활을 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여자 골프 사상 최초의 한·미·일 메이저대회 우승의 초석을 놓았다.
이 의리를 지키기 위해 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회에 참가했다. 세계랭킹 3위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스윙잉스커츠 아시안시리즈 대회가 인근 대만에서 열리는 데도 이를 접고 메인스폰서 대회에 출전하는 성의를 보여줬다.
수많은 갤러리들도 ‘메이저 퀸’을 반겼다. 전인지는 지난해 11월 조선일보-포스코 챔피언십 이후 11개월 만에 KLPGA 투어에 출전했다. 대회가 열린 블루헤런 골프클럽은 이날 주중임에도 불구하고 1200여명의 관중이 몰렸다. 지난 주 열린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1라운드(1000명)를 가볍게 넘겼다. KLPGA 투어 7승을 거두며 국내 1인자로 자리 잡은 박성현(23)이 피로누적으로 나오지 못했지만 골프클럽은 전인지 특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전인지가 1번홀에서 티샷을 할 때는 팬 클럽 ‘플라잉 덤보’ 회원들이 일사분란한 모습으로 응원했다.
전인지는 이날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묶어 3언더파 68타를 쳤다. 김지현(25)이 버디만 4개를 성공시키며 4언더파 67타로 단독 선두에 오른 가운데 전인지는 배선우(22), 홍진주(33), 김보경(30) 등 6명과 함께 공동 2위 그룹을 형성했다.
전인지는 오래간만에 국내에서 경기를 한 탓인지 전반에 퍼팅 난조로 보기 하나를 기록했지만 후반부터 완벽히 적응해 버디 4개를 쓸어 담았다.
전인지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사인해야 할 모자가 6∼7박스 쌓여있다. 굉장히 많은 분들이 사인을 받고 싶어 하신다. 선수로서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우승을 너무 하고 싶다고 생각만 하면 즐길 수 없다. 즐거운 마음으로 경기를 치르고 싶다”고 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의리의 전인지
입력 2016-10-06 18:20 수정 2016-10-06 21:17